‘김동관 체제’ 굳히기 나선 한화… 재무건전성·주가 부양은 과제
태양광·방산 호조… ‘김동관 리더십’도 순풍
대우조선 인수로 재무 악화, 주가 부양도 과제
한화그룹이 방산 부문을 필두로 본격적인 구조 재편을 앞둔 가운데,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며 ‘김동관 체제’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나섰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이번 그룹 재편을 통해 그룹의 주력사업인 방산과 태양광을 도맡아 이끌게 됐는데, 최근 태양광 실적이 크게 성장하고 방산도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그룹 내 입지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 주가 부양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오는 11월 30일 ㈜한화의 방산 부문 주식을 전량 취득할 계획이다. ㈜한화는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한화정밀기계 및 유관 회사를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파워시스템을 한화임팩트로 매각하기로 지난 7월 결정했다. 동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의 방산 부문을 떼어내 산하로 합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해 완전한 방산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한화그룹은 합병 발표 이후 그룹 재편을 앞두고 조직 인사를 재정비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 사장은 지난 8월 29일 한화그룹 9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 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이사를 함께 맡아 그룹의 주력산업인 방산과 태양광을 동시에 이끌게 됐다.
한화그룹은 최근 단행한 26명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포지션 중심 임원인사’를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포지션의 가치와 적합도에 따라 임원의 승진, 이동이 결정되고, 보상 수준이 변화하는 인사 체계다. 임원 호칭도 상무, 전무 등의 방식이 아닌 담당, 본부장 등 수행하는 직책으로 바뀌었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조직문화를 젊고 유연하게 탈바꿈하고, 성과 중심 기조를 뚜렷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 태양광·방산 호조… ‘김동관 리더십’ 순풍
올해 3분기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부문 실적 개선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도맡아 키워 온 ‘김동관 리더십’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3분기 실적(연결기준)이 매출 3조3657억원, 영업이익 348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4%, 영업이익은 95.3%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이 6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97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원재료비 상승, 물류비 부담 등으로 지난 1분기까지 6분기 연속해서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 2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의 전신) 기획실장으로 부임한 이후 태양광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 왔다. 지난 2012년, 당시 독일 기업이었던 큐셀의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 실장을 두루 거치며 태양광 사업을 확대했다.
차기 그룹 총수로 언급되며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 김 부회장으로서는 대표로 부임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한화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도 2년 전부터 재직한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최근 태양광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전망도 좋아 경영 능력 증명에 대한 부담을 한시름 덜게 됐다.
신용인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물류비 감소 등 외부 환경도 호전되고 있어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주에 성공한 방산 부문의 실적도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화디펜스는 최근 폴란드에 K9 자주포 672문, 천무 다연장로켓 228대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데 이어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의 수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기술 이전 사업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오는 2027년까지 6873억원이 투입되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업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31년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재무건전성 악화… 주가 부양도 과제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올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676%로 지난해 6월(274%) 대비 400%포인트(P) 이상 급등했다. 하반기에도 적자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등 계열사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화 측은 방산사업 수주로 인한 현금 유입, 사업구조 재편 과정 등에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재계에서는 인수 후에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일정 금액의 차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 이후 급격히 떨어진 주가를 다시 부양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7월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 발표 당시 한화는 “㈜한화의 자체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강화하고 ㈜한화가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가치(지분율 33.95%)를 늘려, 궁극적으로 기업과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게 이번 결정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 전날(7월 28일) 5만3700원이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발표 이후 지속 상승세를 그리며, 9월 7일 52주 신고가(8만6800원)을 다시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한 9월 26일에는 하루 사이에만 10.8% 급락했다. 인수로 인한 재정 건전성 우려와 함께, 방산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기존 구상이 희석된 탓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방산 사업 집중화에 대한 기대가 줄었다”면서 “인수를 위한 절차가 집중되는 연말까지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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