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벌써 겨울 왔다…2년 8개월만에 매출 감소

이인준 2022. 11. 1.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美 SIA "다양한 거시 경제 역풍…매출 감소 전환"
일부 메모리 업체 감산 나섰지만 "반등 역부족"
재고 부담 급증…韓 메모리 산업에 위기감 고조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매출 증가세가 꺾이며 '반도체 겨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 냉각으로 재고가 쌓이고 제품 가격 하락 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선 감산 등 생산량 조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감산조차 가격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1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470억 달러로, 전년 같은 달 484억8000만 달러 대비 3.0% 감소했다.

이 수치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가 집계한 반도체 월간 매출의 3개월 이동 평균을 나타낸다. SIA에 따르면 반도체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1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지난 3분기(7~9월)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한 14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9월 매출을 보면 주요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우선 중국 9월 반도체 판매량은 144억3000만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지만 전년 168억6000만 달러 대비 14.4%나 감소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기타 지역도 지난 9월 반도체 매출이 129억7000만 달러에서 119억7000만 달러로 7.7% 줄었다.

반면 미국은 같은 달 매출이 107억8000만 달러에서 120억2000만 달러로 11.5% 증가했다. 전년 9월 대비 유럽은 12.4% 증가한 45억3000만 달러, 일본은 5.6% 늘어난 40억5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 중 중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매출 하락이 이뤄지며 9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1년전보다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존 노이퍼(John Neuffer) SIA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올 상반기까지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후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최근 수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거시경제의 역풍 속에서 2020년 1월 이후 처음 지난 9월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거래시장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날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로, 전월(2.85달러) 대비 22.46% 내렸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을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상위 3개 D램 업체가 4분기 계약 협상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며, 가격 경쟁은 3분기보다 더 치열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업체들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PC 제조업체들은 재고량이 많아 선뜻 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반도체 업체는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수요-공급간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 이하로 낮춘다고 밝혔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수요 위축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내년도 설비투자를 30% 감축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깊은 수요 부진의 '골'로 인해 재고는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전 분기 52조922억원보다 5조2276억원(10.0%) 증가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재고 증가는 주로 메모리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재고자산이 11조8790억원에서 14조6650억원으로 23.5% 늘었다. 회사 측은 특히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3분기에만 2000억원가량 재고자산평가손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거래 가격은 하락세가 가파라지며 미처 팔지 못한 재고 가치도 줄고 있다.

이 같은 재고 부담은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 4분기에도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의 4분기 실적 전망은 매출액 34조4000억원, 영업이익 5조7000억원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4분기 10조163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기준 영업이익 4분기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추정치의 평균)는 219억원으로, 한 달전 1조2312억원의 고작 1.8% 수준까지 줄었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적자 폭이 최대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4분기에 적자로 전환한다면 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한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트렌드포스는 "현시점에서 D램 가격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면서 "극심한 과잉 공급을 겪고 있으며, 공급업체들은 이러한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전 분기 대비 가격 하락폭을 줄이기 위해 더 뚜렷한 감산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