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변호사 징계, ‘법률시장의 타다’ 로톡과 변협 갈등 심화
[비즈니스 포커스]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청년 변호사들의 성장 기회를 짓밟는 일이다.”(로톡 관계자)
“변호사들이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변협 징계위원회가 결국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 대해 과태료 300만원을 징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변협 측은 로톡 가입 변호사 200여 명에 대한 추가 징계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맞서 로톡은 신속하게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 추가적인 제재를 막겠다는 방침을 밝혀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변협 징계위는 10월 17일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 대해 ‘회칙 위반’ 등을 이유로 최대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로톡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징계한 것은 처음이다.
스타트업 로앤컴퍼니에서 2014년 출시한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표적인 법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의뢰인은 로톡을 이용해 변호사의 경력과 수임료뿐만 아니라 법률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고 변호사는 월 25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누적 방문자 수는 3000만 명이 넘었고 누적 상담 건수는 74만 건에 달한다.
2021년에는 성장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예비 유니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활동 중인 변호사 수는 약 2000명이다. 한국 전체 변호사 수가 3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대한변협이 문제로 삼은 것은 로톡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로톡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활동 중인 회원 변호사가 지불한 광고비로 돈을 번다. 변협은 로톡의 이런 수익 모델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개업 또는 운영할 수 없는 것처럼 법률 시장 또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 사무소를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알선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협은 2015년과 2016년에도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각각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모두 불기소 처분했고 로톡은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
대형 포털에 변호사 사무소가 광고비를 지불하고 상단에 자신의 법률 사무소의 이름이 나오게 하는 것처럼 로톡 역시 플랫폼에 변호사들을 소개하는 광고비만을 받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변협은 물러서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로톡 등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지난해 5월 내부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변호사가 아닌 이가 상호를 밝히며 변호사를 연결·광고하는 서비스에 변호사가 협조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5월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광고 규정의 위헌 여부를 심리했는데 상호를 밝히면서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알선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 부분은 합헌이라고 했다. 이에 변협도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 징계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변협은 법률 플랫폼이 커질 경우 변호사가 자본에 종속되는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민지 변협 대변인은 “최근 사무장이 로톡에서 변호사를 사칭해 법률 상담을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는 등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로톡은 이런 변협의 제재가 일반인들의 편리한 법률 서비스는 물론 청년 변호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반박했다. 로톡에서 활동 중인 2000명의 변호사 중 80%가 경력 10년 미만의 ‘청년 변호사’라는 설명이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청년 변호사들은 거대 플랫폼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광고를 하기 어렵다”며 “이들 사이에서 로톡이 저렴한 값에 자신의 사무소를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이마저도 막아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나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톡은 월에 25만원만 내면 랜덤으로 플랫폼 카테고리 상단에 각각의 변호사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 법무부의 변호사징계위원회가 이번에 변협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제기한 이의 신청 사건을 어떻게 심의 의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들이 제기하는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변협 징계위가 의결한 징계 또한 취소되고 로톡은 계속 운영을 이어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만약 반대의 심의 의결 결과가 나오면 결국 변협의 징계를 피하기 위한 변호사들의 탈퇴가 이어지면서 로톡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무너졌던 ‘타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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