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라도 더”… 고금리 찾아 떠도는 ‘예금 유목민들’
더 높은 금리 상품 찾아 수도권 등으로 이동하기도
수원 영통구에 거주하는 김모(59)씨는 올해 초 가입한 Sh수협은행 정기예금 통장을 해지했다. 해당 상품은 가입 당시 금리가 2%대였는데, 최근 금리가 오르자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4일 수협과의 계약을 해지한 후 서울로 올라가 DB저축은행의 새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김씨는 “몇몇 저축은행에선 5% 중후반의 금리를 제공해 주는 곳이 많아 단기간 돈을 굴리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서도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려는 주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에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6% 넘는 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덩달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아 서울에 거주하면서 지방 저축은행을 찾거나, 반대로 수도권 등에서 서울로 ‘원정 투자’를 가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1일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저축은행의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기준 5.40%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3.86%)과 비교했을 때 약 1.54%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만일 기준을 6개월 전(2.56%)으로 돌리게 되면 금리 차는 2%p 가까이 벌어진다.
연일 오르는 정기예금 금리 인상에 소비자들도 더 높은 금리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을 찾기 위해 자신들의 거주지뿐 아니라 타 지역으로 원정 투자에 나서고 이들도 많다.
‘예금 유목민’들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과 달리 업체별로 영업이 가능한 지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형사를 기준으로 서울권은 DB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이 있고 인천·경기권은 페퍼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이 있다.
김씨의 경우 높은 금리를 찾기 위해 서울 강남구 쪽 저축은행 여러 곳을 둘러봤다고 했다. 그가 방문했던 시간은 오후 2시쯤이었으나, 대부분 저축은행 창구 및 대기실은 상담을 기다리는 고객으로 꽉 차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2시간 기다린 후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일부 고객은 기다리다 지쳐 먼저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조모(29)씨도 앞으로 서울에 방문할 때마다 저축은행 상품 상담을 받아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그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에만 가입한 상태지만, 저축은행이 6% 금리를 약속하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회 초년생이기도 해서 초반에 돈을 많이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건만 맞는다면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에도 가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28)씨 역시 비슷한 의견이라고 했다. 현재 그는 월급의 70% 이상을 예금 및 적금 상품에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조건보다 더 좋은 상품이 있어 기존 계약을 해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본가인 부산으로 내려간다면 지방 저축은행 상품엔 뭐가 있는지 한번 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는 “부모님에게 맡겨 둔 돈을 저축은행 상품으로 넣어두는 식으로 재테크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2번의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7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로 오른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일반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올랐고, 가입 고객들을 유지하기 위해 저축은행들 역시 최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상품을 출시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OK e-정기예금에 가입할 시 최고 6.0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KB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스카이저축은행 모두 최고 6.00%의 상품을 출시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연내 기준금리가 한번 더 오르면 시중은행과의 고객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이 불안안정하기 때문에 금리가 더 높은 예금 상품을 찾아 발품을 파는 사람들도 계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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