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못 찍는 기업들… 한 달 만에 회사채 순유출 4조 넘겨

오귀환 기자 2022. 1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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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채권 발행 시장에서 회사채 자금이 국채와 특수채로 흘러가며 기업들의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을 찾으면서 5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대출이 9조원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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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자금, 국채·특수채·은행채로 이동
레고랜드發 신용 경색 영향에 회사채 불신 커져
”구조적인 문제… 단기간에 풀기 어려워”

이달 채권 발행 시장에서 회사채 자금이 국채와 특수채로 흘러가며 기업들의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은 지난 9월 순발행에서 지난달 순유출로 돌아섰다. 순발행액은 채권 발행액에서 기존 채권의 만기 상환액을 뺀 수치로 해당 액수만큼 시장 유동성이 옮겨갔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강원도 레고랜드 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 여파로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회사채 순유출액은 4조43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6291억원, 6568억원 순발행됐지만 10월 들어 순유출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채권 순발행액은 국채 9조3776억원, 특수채(한국전력공사·산업은행 등 공공 부문이 발행한 채권) 1조9573억원, 은행채 1200억원 순으로 집계됐고, 기타금융채(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 3조2523억원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급변한 이유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신용 경색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강원도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강원도 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법원 회생을 신청했다. 시장은 강원도 측이 지급보증한 레고랜드 ABCP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최고 신용등급으로 평가받는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가 지급 불능에 처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신용등급 AA- 기준 5.487%, BBB- 기준 11.337%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국내 크레딧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격차)는 전 영역에서 크게 확대됐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더해 레고랜드 이슈가 확대되며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됐고, 일부 기업들의 유동성 우려도 제기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3일 5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정책을 시작으로 은행권 예대율 규제 완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초우량 등급의 채권이 가뜩이나 수요가 말라버린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며 일반 회사채를 소외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크레딧 시장의 실타래는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과 단기적인 안정화 대책으로 풀기에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단단히 꼬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가 지속에 따른 한국전력의 영업손실 확대와 취약 차주들에 대한 은행권의 금융지원 기조,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선제적 유동성 확보 수요가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 급증의 근본적인 배경”이라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을 찾으면서 5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대출이 9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7일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9월 말(694조8990억원)보다 8조8522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9월(23조9264억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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