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대통령실 이전 비용
청와대와 국방부를 세금을 들여 옮기는 계획이었다. 비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496억원이면 충분히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방부 계산은 달랐다. 민주당은 1조원, 국방부는 5000억원(3월20일 국방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 이상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내부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던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현 대통령경호처장)은 4월3일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이전이 현실화되면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질문에 “차기 정부(윤석열 정부)가 검토하고 예산 반영 절차를 통해 시행해나갈 것이다”라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시사IN〉 제760호 “용산 이전, 어떤 안보 공백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기사 참조).
계산법이 각각 달랐던 이유는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중장기 예산 소요액과 산출 근거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유일하게 공개한 비용인 ‘496억원’은 사실상 ‘이사비’에 불과했다. 이전에 따른 연쇄 수반 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비용 총액을 산출하는 방식과 각자의 시선에 따라 전체 예산 추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496억원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비용들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가 이전 전후로 각종 시설 신축·개선 및 인력 배치 등을 하면서 내민 청구서다. 국회에서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려 ‘숨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 찾기’가 시작됐다. ‘1조원 vs 496억원’ 공방이 재점화됐다. 〈시사IN〉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대통령실 이전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비용을 조사했다. 흩어지고 조각난 채 공개된 청구서들을 종합해 각종 비용이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집행됐는지, 또는 집행될 예정인지 분석했다.
■ 496억원 받고 427억원 더
대통령실이 밝힌 ‘이사비’ 496억원은 예비비로 편성됐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예측할 수 없는 각종 재난 등에 대비해 일정 한도 내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이전을 위한 예비비를 승인받았다.
세부 내용은 △국방부가 대통령실에 청사를 내주고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옮기는 데 118억원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리모델링을 하는 데 253억원 △경호처 이사비 100억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25억원 등이었다. ‘대통령실 이전·리모델링+한남동 관저 공사비’는 행정안전부(행안부) 소관 예산(총 278억원)으로 배정됐다. ‘국방부 이사비’는 국방부 소관 예산(118억원), ‘경호처 이사비’는 대통령경호처 소관 예산(100억원)으로 편성됐다.
〈시사IN〉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한병도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부예산 이용·전용 자료, 국회 각 상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실이 정부 부처들로부터 받은 예산집행 설명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대통령실 이전이 현실화된 이후 관련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예비비에 편성된 비용에 추가되거나 새 용도로 예산이 더 필요하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정부 부처의 다른 예산을 끌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예산 이용·전용은 총 427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새로 집행됐거나 집행될 예정인 돈이 ‘이사비’ 496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예산 전용으로 쓰였다. ‘예산 전용’은 정책사업 내 단위사업 간 예산 이동, ‘예산 이용’은 정책사업 간 예산 이동을 말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산을 기관 간 ‘이용’하려면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예산 전용’은 기관장의 승인만 얻으면 된다. 예산을 전용하면 여소야대 구조의 국회를 통하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시간도 상대적으로 단축된다.
가장 많은 예산을 추가로 쓴 곳은 국방부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 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국방부 이전 비용’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예비비로 편성된(인수위가 처음 계획한) 118억원에 더해 올해에만 281억4200만원을 추가로 끌어왔다.
대통령실 건물과 부지는 국방부 소유다. 군은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경호 임무를 맡는다. 관리 책임이 국방부와 군에 있다. 대통령실과 주변 환경·시설 정비 및 신축, 경호 비용 등에 직접 예산을 써야 한다. 국방부는 본부 통합·재배치 등을 위해서도 예산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와 군이 추가로 쓴 비용은 모두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실 이전 계획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방부는 2분기에 29억5000만원을 썼다. 대통령실 진입 동선 개선, 울타리 공사 등 ‘청사 주변 환경정비’가 목적이었다. ‘시설 조사 설계비’로 되어 있던 예산 사용 목적을 ‘공사비’로 바꿨다. 3분기에는 193억원을 추가로 끌어왔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국방부 본부가 쪼개져 인근 5개 건물로 분산됐는데, 이를 다시 통합해 국방부 별관으로 통합·재배치하는 데 예산을 쓰기로 했다.
통합·재배치 비용 193억원 가운데 143억2200만원을 예산 전용으로 확보했다. 이 가운데 24억여 원은 장병 병영 생활 개선과 관련된 예산이었다. 6억8000만원은 병영생활관을 새로 짓기 위해 편성됐다. 취사 식당과 급수시설 등 생활관 부속시설을 짓기 위한 설계비 예산 10억2000만원, 관사와 간부 숙소 관련 예산 7억1000만원 등도 대통령실 이전 후속 조치에 편성됐다.
나머지 49억9000만원은 낙찰 차액으로 확보했다. 국방부가 사업을 발주하며 입찰하고 남은 돈이다. 기재부에서 발표한 2022년도 예산 지침에 따르면, 낙찰 차액은 사실상 수요예측이 잘못돼 발생한 금액인 만큼 ‘불용’이 원칙이다. 천재지변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다른 사업에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 7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에서 공공부문 개인정보 유출 방지 대책이 확정된 바 있다. 대책에는 공공부문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N번방 사건 등을 고려해, 유출 사고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정보화 예산’에는 예외적으로 낙찰 차액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방부 이전 비용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예외적으로’ 낙찰 차액을 활용했다. 본부 통합·재배치를 위한 193억원 중 일부를 ‘정보화 예산’ 명목으로 쓸 예정이다. 총 87억7000만원이다. 낙찰 차액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국방부는 87억7000만원 가운데 76억2000만원을 ‘사이버사 이전’에 쓴다. 사이버사는 현재 서울 국방부 별관에 있다. 국방부 5개 부서가 통합돼 이곳으로 재배치하면서 사이버사가 용산을 떠나게 됐다.
육군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경호부대 임무 변경 명목으로 58억9200만원을 썼다. 국방부가 김병주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수방사 재투자 예산’ 자료를 보면, 육군은 청와대 경호 임무를 맡아온 경호부대를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로 재배치하면서 예산을 집행했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비용 지출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입찰 이후 낙찰 금액 대비 남은 예산(집행 잔액)을 모으는 등 예산을 지원했다. 적법한 절차를 따랐고 기존 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예비비 278억원을 배정받은 행안부도 추가로 예산을 썼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를 위한 예산이 부족했다. 행안부 예산 20억9000만원을 전용했다. 추가 비용 투입은 8월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의 답변을 통해 알려졌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대통령실 이전 비용 496억원 중 행안부 소관 예산을 다 써서 행안부 올해 예산이 이용·전용됐다”라는 질의에 대해 “20억원 정도 된다”라고 답했다. 행안부는 이 돈으로 주방기구 및 가구 등을 샀다.
행안부의 예산 확보 과정도 사실상 편법을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가 앞으로 직접 사용하지도 않을 건물에 부처 예산을 전용해 20억원을 썼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대통령실 관저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9월7일 대통령실 관저에 대한 용도폐지를 신청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기재부) 승인을 거쳐 관저는 대통령비서실 소유가 됐다.
새로운 명목의 예산도 확인된다. 경찰 경비단 예산이다. 인수위가 처음 발표한 496억원 예비비에 경찰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에 경찰이 제출한 ‘2022년 주요 결산사항’에 따르면, 대통령실 주변 경비를 담당하는 101경비단과 202경비대 이전 비용과 관련해 총 72억6400만원이 사용됐다. 이용·전용이 15억7900만원, 예비비가 56억8500만원이었다. 이용·전용에는 의경 급식비 명목으로 돼 있던 예산 11억5100만원이 포함됐다.
올해 기재부가 배포한 ‘예산집행지침’에는 예비금, 예비비, 예산의 이용·전용 등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확보할 경우 이를 예산집행심의회에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관련 비용을 심의하지 않았다. 심의회는 올해 여덟 차례 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재부 예산집행지침에는 ‘긴급한 소요에 충당’하는 예산의 경우 예산집행심의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호부대 이전 예산이 긴급 소요 예산에 해당한다. 예산 전용은 기재부 승인을 받았고 예비비 집행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했다”라고 밝혔다.
국가 예산에 더해 서울특별시 예산도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새롭게 집행됐다. 한병도 의원실이 서울시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청와대 소방대 이전을 위해 예산 11억4934만원을 올해 2분기 예비비로 편성했다. 사유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소방대 동반 이전이었다. 사무실과 대기실, 소방차고 설치 및 비품 취득과 이사비에 예산을 썼다.
■ 주요 공관 연쇄 이동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주요 공관들의 연쇄 이전도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입주하는 한남동 관저는 외교부 장관 공관이었다. 기존 외교부 장관 공관은 장관이 거주하는 곳이자, 내외빈 접대 등 다양한 외교 행사를 치르던 장소였다. 외교부는 같은 기능을 가진 외교부 장관의 새 공관을 마련해야 했다.
외교부 장관의 주거용 공관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으로 이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장관 공관을 이전하면서 26억6900만원을 투입했다. 한 공간에 모여 있던 장관 주거, 업무와 연회 기능도 쪼개져 분산됐다.
외교부 장관의 주거용 공관은 3억5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장관의 업무용 공관은 과거 청와대 경호처 별관을 재단장 중이다. 21억7400만원이 투입된다. 연회 및 외빈 접대 홀은 외교부 청사 18층 리셉션 홀로 옮기면서 1억4000만원을 썼다. 내외빈 접견실은 외교부 청사 17층 접견실을 리모델링하면서 5000만원을 썼다.
공관 이전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끝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면,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용현 경호처장도 공관을 옮겨야 한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가까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공관으로, 김용현 경호처장은 한남동 해병대 사령관 공관으로 이전한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해병대 사령관도 새 공관을 마련해야 한다. 공관 이전이 도미노처럼 이뤄지면서 비용도 연쇄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 내년 예산에서도 발견된 청구서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비용은 2023년 예산안에도 편성됐다. 9월2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논란이 된 영빈관 신축비가 포함돼 있었다. 기재부는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비 878억63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예산을 신청했다. 기재부는 영빈관 사업 검토 의견에 “외빈 접견 및 행사 지원 등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집무실 인근에 부속시설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적었다.
영빈관 사업의 수혜자는 ‘국민’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예산안을 보면 사업 수혜자가 미리 알 수 없는 형태로 예산이 편성됐다. 기재부는 타당성 조사 및 예비타당성 조사 여부에 대해선 ‘공공청사로 면제 대상’이라고 적었다. 국회·감사원·언론 및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최근 3년간 동 사업에 대한 주요 외부 지적사항 및 평가, 문제점 및 대책’에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썼다.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기재부는 예산안을 수정하지 않았다. 야당은 11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청와대 개방에도 대규모 예산이 편성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문체부는 청와대 권역을 관광자원화하겠다며 99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청와대 공연을 위한 예산으로 70억원, 미술 전시에 48억원, 근현대 조사연구 9억8500만원을 배정했다. 총 227억5500만원이다.
문화재청은 문체부와 별도로 청와대 개방과 관련한 후속 예산 217억6200만원을 편성했다. 청와대 관람 편의시설 운영 등에 123억원, 시설 조경 관리비 74억원, 화장실과 탐방로 조성에 16억원 등을 배정했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경복궁과 창덕궁 정비 예산은 208억여 원이다.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이 문화유산 두 곳의 정비 예산보다 약 9억원 많다. 앞서 문화재청은 청와대 위임 관리 비용 등으로 올해 96억7000만원의 예비비를 썼다. 최근 5년(2018~2022) 문화재청이 배정받은 예비비 총액은 99억2881만원이다. 올해를 뺀 지난해까지 4년간 예비비 총액은 2억5800만원이었다. 문화재청의 올해 예비비와 내년 예산안을 모두 더하면 총 314억3200만원이다.
대통령실 출입자 보안검색 강화를 위한 총예산 100억원 중 70%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담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 제출받은 2023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과기정통부 소관 예산으로 대통령실 경호(보안검색) 대응 기술개발 예산 10억원을 포함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사업 예산을 3년간 총 100억원으로 전망했다. 총예산 100억원 중 예산 분담 비율은 7대 3이다(과기정통부 70억원, 경호처 30억원). 과기정통부는 ‘대통령실 경호 업무를 위한 예산에 왜 과기정통부가 더 많은 예산을 쓰는지’ 묻는 조승래 의원의 질문에 “과기정통부와 경호처 간 경호·경비·안전 분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경호처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20%가량 확대됐다.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대통령경호처 세출 예산은 1163억2200만원으로 올해보다 193억원가량 늘었다. 올해 대비 내년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 5.2%보다 4배가량 높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등으로 경호 대상자가 많아져 인력과 장비·시설이 확충됐다고 밝혔다. ‘경호 경비 첨단화’를 위한 예산도 반영됐다.
대통령실은 예산 사업으로 국가 사이버안전 관리시스템 구축 및 개발사업 50억원, 택배 등 ‘통합검색센터’ 신축 24억원, 국빈 환영용 카펫 제작비용만 8000만원 등을 편성했다. 대통령실 이전 1주년 기념 행사비에 5억원, 청와대 국민개방 홈페이지 제작비용 4억7100만원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그 밖에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개방한 용산공원 관련 사업에 국토교통부는 483억4000만원을 편성했다.
민주당은 국방부와 합참 이전, 미군 잔류 기지 대체부지 비용 등도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추산한 향후 최소 소요 예산은 합참을 남태령으로 이전하는 데 2980억원, 미군 잔류 기지 대체부지 활용 관련 비용 3000억원, 경호 및 방호 강화 2000억원 등 7980억원이다. 올해 이용·전용 등으로 사용된 비용과 2023년 예산안을 합치면 1조원이 훌쩍 넘는다.
합참 이전과 미군 잔류 기지 활용 등은 역대 정부를 거쳐오면서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다. 대통령실 이전을 위해 ‘참고’했을 수는 있지만, 오롯이 이전 때문에 비용이 발생한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합참 이전과 미군기지 대체부지 활용 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이전과 맞물려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가 비용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직접 비용이 아니다. 각 정부 부처의 자율적 판단과 필요에 따라 추진됐다. 청사 시설 설계·보수, 경비단 이전 비용 등은 예산집행 과정에서 부수되는 부대비용이다. 관례에 비춰봐도 이러한 전용은 적지 않게 발생했다. 국가 사이버안전 관리시스템 사업의 경우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추진하고 있으며, 택배 통합검색센터 등과 같은 예산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거나 이미 진행해온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비용이 국회 국정감사, 2023년 정부 예산안 심사와 맞물려 잇따라 공개되면서, 국회 기재위는 기재부에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기재부가 나서서 정확한 비용을 추계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기재부는 10월11일 2023년 예산 관련 관심사업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총 517억원’이라고 밝혔다. 안상열 기재부 행정국방예산심의관은 이날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496억원, 관저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되면서 공사 면적 증가로 발생한 21억원을 합친 것을 직접비용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부대비용이 조금 있는데 이 비용들은 대통령실 이전과 직접 관련 사업으로 보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실이 발표한 내용과 입장이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통령실 의혹 관련 진상규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한병도 의원은 “정부는 국민에게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달라고 하면서 무리한 대통령실 이전으로 막대한 예산을 숨겨두고 몰래 사용하고 있다. 기재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재정 총괄 부처로서 이전 비용을 명확히 정리하고 국민께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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