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다가온 작별, BOS-마르티네즈의 시간은 끝났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마르티네즈와 보스턴의 시간이 끝났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2022시즌을 78승 84패, 승률 0.481로 마쳤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 지구 우승을 차지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무려 21경기 뒤쳐진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보스턴은 단축시즌 이후 2년만에 다시 지구 꼴찌로 1년 일정을 마감했다. 알렉스 코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최하위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보스턴은 여러가지 중요한 오프시즌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지난 5년 동안 팀 부동의 지명타자로 활약한 J.D. 마르티네즈의 거취다. 2018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맺은 5년 1억995만 달러 계약이 만료된 마르티네즈는 이제 FA가 된다.
빅리그에서 12시즌을 보냈고 두 번째 FA 시장에 나오는 마르티네즈지만 아직 퀄리파잉오퍼(QO) 대상자다. 첫 번째 FA였던 지난 2017년에는 시즌 도중 이적으로 인해 QO 대상자가 아니었다. 만약 보스턴이 QO를 한 뒤 마르티네즈가 이를 거절하고 FA 시장으로 향해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보스턴은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을 수 있다. 마르티네즈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QO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보스턴은 QO를 할 생각이 없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은 10월 29일(한국시간) "보스턴은 마르티네즈에게 QO를 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올해 QO 금액은 1,965만 달러로 역대 최고다. 보스턴이 QO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35세가 된 마르티네즈가 2023시즌 1,965만 달러의 가치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87년생 지명타자인 마르티네즈는 30세 시즌에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 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이후 매년 성적이 하락했다. 올시즌에는 139경기 .274/.314/.448 16홈런 62타점을 기록해 사실상 커리어 최악에 가까운 성적을 썼다. 2018년 150경기에서 .330/.402/.629 43홈런 130타점을 기록했던 그 마르티네즈와 지금의 마르티네즈는 차이가 크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출신으로 2011년 휴스턴에서 데뷔한 마르티네즈는 데뷔 첫 3년 동안 전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2014시즌을 앞두고 방출됐다. 휴스턴에서 3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252경기 .251/.300/.387 24홈런 126타점이었다. 방출 직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입단한 마르티네즈는 그 해 123경기에서 .315/.358/.553 23홈런 76타점을 기록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이후 디트로이트 타선의 중심이 됐다.
마르티네즈는 2017년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에서 119경기 .303/.376/.690 45홈런 104타점 맹활약을 펼친 뒤 FA가 됐고 보스턴과 5년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입단 첫 해 커리어 하이 성적을 쓰며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마르티네즈는 보스턴에서 5년을 보내는 동안 단축시즌(2020년)을 제외한 4시즌에서 올스타에 선정됐다. 올해도 올스타였다. 하지만 매년 OPS 앞자리가 바뀌는 성적 하락을 겪었고 올해는 휴스턴을 떠난 뒤 처음으로 OPS가 0.800 미만에 그쳤다(단축시즌 제외). 워낙 정교한 타자인 만큼 여전히 2할 후반대의 타율은 유지하고 있지만 장타력이 크게 떨어졌다. 60경기만 진행된 단축시즌을 제외하면 20개 미만의 홈런을 기록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세부지표도 마르티네즈의 '노쇠화'를 말하고 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마르티네즈는 올시즌 평균 타구속도 시속 89.1마일을 기록했다. 강타 비율은 41.7%, 배럴타구 비율은 12.5%였고 타구 질을 반영한 기대가중출루율(xwOBA)은 0.349였다.
모두 리그 평균 이상의 수치지만 '전성기의 마르티네즈'와 비교하면 상당히 부족하다. 2018년까지의 마르티네즈는 평균 16% 이상의 배럴타구 비율, 시속 91마일 이상의 평균 타구속도, 거의 50%에 육박하는 강타비율, 평균 0.400 이상의 xwOBA를 기록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노쇠화가 찾아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 만큼 기량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가진 타자인 것은 맞지만 수비에 기여하지 않는 지명타자라는 점,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장타력의 감소세가 뚜렷하다는 점 등에서 QO 금액 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보스턴은 내린 것이다.
기량 하락세가 확연한, 이미 35세가 된 선수에게 장기계약을 제안할 팀은 없다. 시장에 나간다고 해도 마르티네즈는 1-2년 정도의 단기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구단이 제안할 연봉 역시 1,965만 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마르티네즈의 '잔류' 가능성도 있다. 다만 마르티네즈가 남을 경우에도 보스턴은 QO 금액보다 훨씬 낮은 액수로 그를 붙잡을 것이다. 트리스탄 카사스, 바비 달벡 등 젊은 타자들을 기용해야 하는 보스턴 입장에서는 마르티네즈를 놓치더라도 큰 아쉬움은 없다. 이미 여름 시장에서 보스턴은 마르티네즈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린 바 있다.
시장 가치는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마르티네즈는 올겨울 FA 지명타자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상 보스턴과 마르티네즈의 시간은 끝났다. 최고의 지명타자였지만 이제는 옛 영광에서 멀어지고 있는 마르티네즈가 올겨울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마르티네즈는 빅리그 12시즌 통산 1,409경기에 출전했고 .288/.352/.520 282홈런 899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5차례 올스타에 선정됐으며 통산 3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자료사진=J.D. 마르티네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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