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나는 왜 ‘늘 이 모양일까’ 걱정되십니까?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2. 11. 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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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명이 김환수인 일미스님은 전라도 산속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면서 독학으로 공부해 미 하버드대에서 석·박사를 받고 듀크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예일대 종교학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몇년전 한국에 왔을 때 그는 예일대 학생들 중에 행복감을 전혀 못느끼고 불행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골 산속 비천한 환경 속에서 자랐으나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지금 예일대 종신교수로 재직중인 일미스님. /출처=연합뉴스

“교수실에서 1대1로 만나 상담을 받아보면, 대부분 자신이 나쁜 사람인 것 같다, 지금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가장 많이 받게 됩니다.”

그는 자기 어린 시절 못지않게 내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미국 엘리트 청년들을 보면서 도대체 공부 잘하고 잘 사는 것이 인간 내면의 행복과 얼마나 관련이 있나하는 회의를 깊게 느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을 만나보면, 요즘 상담하러 오는 환자들 중에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한다. 외형상 남부럽지 않은 환경·스펙·지위를 가진 사람들인데도 바쁜 삶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남편・아내・엄마・아빠・아들・딸・친구・직장 상사・후배 등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자책하거나, 이것이 다시 우울, 불안, 두려움으로 발전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죠.”

내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두려움,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 내가 편안하게 있으면 뒤처지고 말거라는 두려움, 조금이라도 고삐를 늦추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 거라는 두려움, 나의 방어막을 계속해서 유지하지 않으면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 거라는 두려움 등등은 어쩌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1세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단골 주제일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사는 21세기 현대인들 중에는 자신이 나쁜 사람인 것 같다거나, 뭔가 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말거라는 두려움 속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출처=셔터스톡

많은 철학자·종교인·심리학자들은 지금 우리가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바쁘고, 빠르고, 욕망지향적으로 살아가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Yes, we can!’ 구호가 말해주듯 끝없이 목표를 정해놓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데도 현실은 여전히 불만스럽고, 허기지게 느껴지며, 결국 에너지는 고갈되고 심신이 피폐해지는 ‘번아웃(burn-out) 상태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늘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유위(有爲)의 생활에서 과감히 탈출해 틈틈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시간을 가져야 이런 번아웃 상태를 막는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한다.

일미스님은 예일대 학생들에게 스스로 마음을 쉬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민 훈련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했다. 일명 ‘자비명상(compassion contempl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마음훈련법은 당초 불교 수행법에서 파생됐으나 미국에서 긍정심리학 등이 포함되면서 프로그램화 됐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마음 고요하게 만들기

일상에서 잠시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진다. 호흡 명상을 통해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흙탕물을 가만히 놔두면 맑은 물이 되는 이치와 같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신의 마음이 죄책감 등 부정적 상태가 아니라 중립, 즉 ‘디폴트(Default:기본설정값)’상태가 된다. 긍정적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2, 자신에게 자비 보내기

눈을 감고 의도적으로 자신을 향해 사랑과 친절의 느낌을 일으킨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문귀를 마음 속으로 천천히 말한다.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평안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성숙하기를…”

반복해 되뇌이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심상화(心象化) 해본다.

효과는 즉각 나타날 수 있다. 마음이 뭉클해지며 따스해진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복받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안될 수도 있다. 마음이 오랫동안 힘들어 있었다면 긍정적 감정이 나오기 어렵다.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물이 나오겠는가. 이럴 때는 ①번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훈련을 계속한다. 어느 날 자신이 자신을 받아들일 날이 온다.

매일 잠깐 짬을 내 조용히 앉아서 자신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해주는 자기연민훈련은 마음 속 죄책감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출처=셔터 스톡

3.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비 보내기

이번에는 사랑하는 부모, 배우자, 자녀, 친구 등등에게 적용해본다. 마음의 눈으로 그 사람을 시각화하고, 그 사람의 느낌을 마음을 담으며 그 사람이 잘되기를 기원한다.

4. 이웃에게 자비보내기

이제 나와 무관한 사람에게 친절을 보낼 차례다. 평소 동네 거리나, 아파트, 회사,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을 떠올리며 안녕을 기원한다.

5. 불편한 사람에게 자비 보내기

이어서 내게 좀 불편한 사람에게 적용해본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별로 관계가 원만치 않은 사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에게 해본다.

따뜻한 마음이나 친절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를 위해 자비로운 마음을 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불편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

6. 진짜 미운 사람에게 자비 보내기

만약 더 자신이 생기면 정말 미운 사람이거나 용서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해본다. 그러나 이 부분은 항상 선택권이 있다. 만약 함으로써 여전히 좋지 않은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 마음이 어지러워진다면 언제든 그만두고 호흡으로 돌아온다.

또한 이 행위가 당장 그를 ‘용서’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단지 그 역시 나처럼 하자가 있는 인간 존재요, 나와 비슷한 약점이나 행복을 바라는 인간이라는 것을 수긍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1회 2~10분 정도로 최소한 하루 한번 이상 한다. 초보자인 경우 1회 ①,②부터 시작해 집중력이 늘어나면 ③,④로 서서히 늘려준다. 능숙해진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길거리, 전철, 화장실 어디에서든 잠시 짬을 내 눈을 감고 한다.

# 자비명상(자기연민훈련)의 효과에 대한 사례는 엄청나게 많다. 수십년간 심신치유 목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했던 존 카밧진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 명예교수는 “규칙적으로 자비명상 수련을 하면 가슴이 놀랄 정도로 부드러워지며, 자신과 타인에게 더 친절해진다. 닫힌 마음이 열리고 개방적・긍정적 생각과 비전이 들어오면 지혜가 길러진다. 지혜와 자비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고 했다.

최근 급속히 발달된 뇌과학 연구와 뇌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자료 등을 보면 자비명상을 할수록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신경회로 및 호르몬 지표가 현저히 둔화되는 반면, 행복감을 나타내는 뇌 부위, 신경회로, 호르몬들이 눈에 띄게 활성화된다. .

나는 성격이 급하고 화 잘내는 전형적인 A타입 인간이지만, 매일 자비명상을 하다보니 조금씩 성격이 누그러지는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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