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히자 '은행'으로…넘치는 돈도 '은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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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에서 은행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0월 한달간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려간 대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잔액 비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은행권 자금 유치 경쟁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은행으로의 '역머니무브' 흐름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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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에서 은행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0월 한달간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려간 대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조원에 가까운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역머니무브'도 가속화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이 막히고 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자 대기업들조차도 앞다퉈 은행으로 달려 간 영향이다. 반대로 돈이 넘치는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금리가 5%에 육박하자 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다.
올 들어 1~10월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68조9758억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폭(60조2596억원)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은행 대출로 눈을 돌렸다. 하반기 들어선 자금시장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직접 조달(회사채 발행)을 사실상 포기하고 간접 조달(대출)로 자금을 충당하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레고랜드 사태가 자금시장에 불러 온 후폭풍과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단기자금 시장 정상화 대책으로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보다는 은행 대출을 유도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만큼 우량한 기업이 은행을 더욱 자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자금 유치 경쟁 결과다.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완화된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가 지난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올려 자금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자 은행도 이에 발 맞춰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올렸다.
예·적금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업계는 한은이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대응하기 위해 11월에 기준금리를 또 인상할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8일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잔액 비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은행권 자금 유치 경쟁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은행으로의 '역머니무브' 흐름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 최소화'를 주문한 것이 은행들로 하여금 예·적금 유치에 다시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예·적금 증가는 당연한 흐름"이라며 "금리 수준이 낮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통장)에서 예·적금으로 자금 이동도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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