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뛰어든 마스크 업계 '줄도산'…"마스크 혹한기? 빙하기 왔다"

신윤하 기자 2022. 11. 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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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업체 3년간 50배 '우후죽순' 늘어나…"재고 넘친다"
"진입장벽 낮아 불나방처럼 몰렸다"…실내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 '우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이 출근하고 있다. 2022.9.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생산량이 50% 줄면서 올해 6월에 마스크 생산을 중단했어요. 마스크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2023년 말까지는 재고 처리가 힘들 것 같아요."(마스크 제조업체 A사 대표)

코로나19 이후 우후죽순 생긴 마스크 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있다.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고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3년 동안 20배가량 커진 마스크 업계의 줄도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을 겪은 정부가 허가 절차 등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마스크 시장에 버블이 꼈다는 것이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마스크 제조업체는 1535개다. 이 중 도산하지 않고 마스크를 생산 중인 업체는 절반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마스크 제조업체 1619개 중 생산실적을 보고한 업체는 절반인 840여개에 불과했다.

◇50배로 늘어난 마스크 업체들 '레드오션'…재고물량 '떨이판매' 판친다 경기 포천시에서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B씨는 올해 6월 마스크 생산을 중단했다. B씨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초 마스크 제조 업체를 설립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매출이 치솟은 것도 잠시,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자 신규 수요처를 찾기 힘들어졌다. B씨는 결국 폐업한 상태다.

B씨는 "마스크 생산을 멈춘 상태지만 매입업체 미수금도 남아있고 재고도 쌓여 있다"며 "국내 마스크 시장이 축소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일부 기업들만 마스크 출고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2020년 1월 137개에서 2021년 12월 1619개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무허가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한때 5000여개가 시장에 난립했다고 보고 있다. 단시간에 업체가 50배로 늘어난 것이다. 업계 1위인 웰킵스의 시장 점유율이 3년만에 23%에서 3.1%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로 많은 업체가 마스크 시장에 공존하게 됐다.

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마스크 공급량은 높아지자 시중엔 재고가 쌓였다. 폐업한 업체들이 재고 물량을 원가 이하로 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타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업체 관계자 C씨는 "폐업한 업체들의 100원 마스크, 200원 마스크가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며 "코로나19 당시 '돈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사업자들이 불나방처럼 마스크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그중 많은 수가 폐업하고 재고 처리를 위해 싼값에 마스크를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실외마스크 의무화 전면해제 등 코로나19 특별대응단 정례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2.9.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코로나19 초기에 진입장벽 너무 낮았다…내년 생산량, 20년比 8%로 떨어질 것"

마스크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정부가 다소 높게 설정한 공적 마스크 가격 상한선이 공급 과잉을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공적 마스크 가격의 상한선은 당초 '마스크 대란' 속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수급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아무리 공급이 많아도 가격 하락을 막아주는 하한선으로 기능했다. 가격 상한선이 제조 업체의 마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자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업체들이 마스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진입장벽도 낮아진 상태였다. 식약처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마스크 생산업체에 내주는 허가 절차 기간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8개월 이상 걸리던 허가 절차는 2주로 줄어들었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공적 마스크 공급을 한두달만 일찍 종료했어도 마스크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들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라며 "마스크 생산업체 인허가 기간도 기존 수준으로 빠르게 복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마스크 의무 착용 조항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생산량은 줄고 재고는 더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업계 마스크 생산량은 2020년 대비 80% 수준인데 내년도 생산량은 2020년 대비 8%로 줄 것으로 본다"며 "내년 봄부터 마스크 실내 착용을 안 하게 된다면 마스크 혹한기가 아니라 빙하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마스크 1년 소비량의 20배에 달하는 마스크 및 마스크 원부자재가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에 있다"고 덧붙였다.

웰킵스와 아에르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마스크 생산을 해왔던 기업들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아에르는 필터 샤워기, 공기청정기용 필터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웰킵스는 마스크 생산 업체에서 위생 라이프 케어 전문 회사로의 확장을 예고했다.

익명의 마스크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시장에 뛰어 들어 유통업체들로 인해 큰 매출도 못 본 중소기업들부터 순차적으로 도산할 것"이라며 "영세한 중소 마스크업체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수출망 및 판로 개척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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