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자는 누구…행사 주최 없어 수사 난항 전망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사고 경위·원인 규명할 듯
"행사 주최 없어 형사책임 묻기 어려워" 의견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핼러윈을 앞둔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와 합동감식을 벌이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사 주최가 없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국가기관 대응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 국과수와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 CCTV를 확보해 분석 작업도 벌였다.
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쯤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 154명이 숨지고, 중상자 33명을 포함해 14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10~20대로 파악됐다.
수사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린 서울경찰청은 목격자와 상인, 부상자 등 44명을 조사하고, 인근 CCCV를 분석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 '밀어'라고 외친 성명불상자 발언의 의미, 문을 걸어 잠근 인근 업소의 위법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고인과 유족 등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등도 수사 대상이다. 우선 6건을 입건 전 조사해 삭제·차단 요청 조치했다.
전문가들은 책임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점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본다. 다른 축제와 달리 핼러윈을 맞아 주최자 없이 사람들이 몰려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재난안전법상 민간 주최 행사는 신고해야 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고 예방 조치 의무를 해야 하지만, 주최의 존재가 전제된다. 이에 형법상 과실치사 등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수사도 책임을 가리기보다 사고 경위·원인을 조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같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최가 없는 경우에 대한 담당 매뉴얼이 없다. 있는 축제는 지자체와 경찰, 소방과 역할 분담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만 이번 사고는 그런 점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자체의 행정적 책임 등은 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용산구가 대책회의를 했는데 어떤 내용을 했는지, 인파가 몰렸을 때 어떤 조치가 예정됐는지, 미흡한 점이 있는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김영식 교수는 현장 판단이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에 따라 경력을 배치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를 수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예견할 위험 판단을 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결국 참사를 조사하는 경찰도 '시민 안전의 보루'라는 측면에서 책임 여부에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것은 경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도 본다.
경찰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30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소방 인력을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력이 예년보다 많이 투입됐고, 경찰이 예상하고 대비해 통제했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다"며 "경찰이 있다고 해서 통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사후약방문'식 개선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주최자가 없는 행사 관련 지침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그와 관련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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