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안전교육 손봤지만...'인파 밀집 사고' 안 가르친다

홍인택 2022. 11. 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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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사망자 154명 중 6명이 중·고등학생으로 확인되면서 학교 현장의 '안전교육'을 보다 촘촘하고 내실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가 마련한 안전교육 체계가 있지만, 축제 현장에서 인파가 밀집될 때의 행동 요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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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 분류에 인파 밀집 사고 없고
현 교육과정에 신설된 '안전한 생활'에도 관련 내용 없어
교사 참고할 안전관리 매뉴얼은 '늑장' 업로드
교육부 '이태원 참사' 대책회의 열고  "안전교육 보완"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4명 중 6명이 중·고등학생으로 확인되면서 학교 현장의 '안전교육'을 보다 촘촘하고 내실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가 마련한 안전교육 체계가 있지만, 축제 현장에서 인파가 밀집될 때의 행동 요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별도 과목으로 배웠던 '안전한 생활'도 올해 개정 중인 교육과정에선 다른 과목으로 흡수돼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31일 이태원 참사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학교 안전교육을 보완할 방법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론 중심의 형식적 안전교육을 체험형 안전교육으로 개선하겠다'며 교육 분야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고, 이듬해 2월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마련했다. 최초로 마련된 안전교육 표준안이었지만, 축제·집회 등에서의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고는 내용에서 빠져 있다. 안전교육 7대 영역 중 '재난안전'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표준안은 자연재난이나 화재를 뺀 사회재난의 경우 '폭발 및 붕괴의 원인과 대처방법', '각종 테러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만 담았다.

2015년 바뀐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 2학년의 수업시수를 64시간 늘려 '안전한 생활'이라는 과목을 따로 배우게 했으나 여기에도 축제 인파 밀집 사고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재난안전의 경우 화재와 자연재난 2가지에 대해서만 행동요령을 가르치도록 했고, 생활안전 영역에서 학교·운동장·가정·사회에서의 위험 요소를 가르치게 했지만 인파 밀집 관련 내용은 없다.

'안전한 생활'은 늘어난 수업시수에 대한 부담 때문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바른 생활·슬기로운 생활·즐거운 생활 과목에 분리 흡수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6년 전국의 초등교사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9%가 늘어난 수업시수로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85.6%가 다른 교과목과 내용이 중복된다고 답하는 등 초기부터 교육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 결과다.

교육부와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운영하는 학교안전정보센터 홈페이지에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이 31일 업로드돼 있다.

교사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다. 교육부와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운영하는 '학교안전정보센터' 홈페이지에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3월 마련한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과 소방방재청이 2006년 만든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이 이태원 참사 직후인 31일에야 '안전한 생활' 과목과 연계된 자료로 업로드됐다. 두 매뉴얼 모두 "대규모 인원이 밀집되지 않게 유도하라"는 내용이 담기긴 했지만, 행사 주최자 입장에서 참고할 내용으로 서술돼 학생들이 읽기엔 쉽지 않은 자료다.

'안전한 생활' 과목이 사라진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도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 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의 내용은 찾기 어렵다. 초등학교 1, 2학년이 배우는 '즐거운 생활'의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서 '극장, 공연장 등 공공장소에서 안전 생활 수칙들을 실생활로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 축제 등 여러 문화예술을 접하고 체험하고 즐기는 가운데 공동체를 가치 있게 여기는 역량 형성과 연계할 수 있다'고 한 정도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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