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년 만의 원전 수출,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폴란드 원전 수출 성사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 PAK), 국영 전력공사 피지이(PGE)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수원 APR1400 노형(爐型)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는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우리 산업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다고 폴란드 정부가 최근 발표한 1단계 원전 프로젝트와는 별도 사업으로, 퐁트누프의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2~4기의 원전을 짓는 2단계 민간 프로젝트다. 적어도 10조원, 많게는 30조원 규모의 원전 수출이 가능한 사업이다. 성사된다면 원전 운영과 기자재·부품 공급으로 60년 이상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폴란드 국유재산부 장관은 한국 원전에 대해 “깨끗하고, 저렴하고, 에너지 독립에 도움되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70%를 넘는 폴란드로선 공기 오염 해결과 ‘204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의 목표를 위해선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원전을 가장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세계원자력협회 자료로는 한국의 원전 건설비는 프랑스의 절반, 미국·러시아의 60% 수준이고 중국과 비교해도 저렴하다.
폴란드는 현재 원전을 한 기도 갖고 있지 않지만 작년 2월 장기 에너지계획(PEP 2040)에서 ‘2033년 이전 원전 첫 호기 가동, 2043년까지 6기 완공’의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절박해진 ‘에너지 독립’을 위해 추가로 2단계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서 한국을 파트너로 결정한 것이다. 공개 입찰도 거치지 않고 1단계 사업 입찰 과정의 자료를 인정해 별도 평가 없이 한수원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1단계 6기 사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따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년 동안 신규 프로젝트를 하지 않은 탓에 시공 능력이 크게 허약해졌다. 2011년부터 원전 건설을 재개했지만 2017년 서머 원전 2기는 포기했고 보그틀 원전도 사업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회사 자체가 캐나다 사모펀드에 팔려나갔다. 웨스팅하우스의 폴란드 사업도 결국은 한국 기업들의 핵심 기자재 공급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체코 역시 두바니 원전 건설을 놓고 곧 공개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 미국, 프랑스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영국은 지난 4월 2050년까지 최대 7기의 원전 건설을, 사우디아라비아도 총 16기에 이르는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한국 원자력 산업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정부 5년의 공백이 아쉽지만 늦지 않았다. 원자력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정유 등에 뒤이은 또 하나의 주력 산업으로 한국 경제를 짊어지고 나갈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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