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이 무섭다”… 심리적 셧다운 늘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로 ‘심리적 셧다운’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파가 몰리는 곳에 가길 두려워하거나, 아예 바깥 활동 자체를 꺼리게 되는 심리적 상태다. 사고 당일 이태원 인근에 있었던 이태주(32)씨는 “출근 때문에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타는데 (사고를 목격한 뒤로는) 전과 달리 숨이 가빠지는 것 같고 사고 피해자들이 떠올라 괴롭다”고 말했다.
이런 사회적 트라우마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무분별하게 퍼진 사고 당시 사진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의왕에 사는 직장인 이모(28)씨는 “평소 (이태원에) 자주 갔는데 154명이나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타임라인에 자꾸 사고 사진이 뜨는데 속이 안 좋고 두통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학부모들도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보내도 되는지 불안하다고 걱정이다. 고교생 아들이 있는 경남 창원시 진모(46)씨는 “11월 초 제주도로 아이 수학여행이 예정돼 있는데,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라면서 “다른 학부모들 의견을 모아 학교에 (취소를) 건의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때아닌 CPR(심폐소생술) 배우기 열풍도 분다. 직장인 한모(27)씨는 “12월 서울시에서 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예약했다”면서 “11월 예약은 이미 꽉 찼더라”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9·11 테러 직후 미국 국민들이 그랬듯, 세월호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터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일상에서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활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참사가 남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잘 치유해야 한다.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 증상(신체와 분리된 느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이런 증상들은 재난을 겪은 후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고 저절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고통이 심하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심호흡’이나 ‘복식 호흡’, 발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는 ‘착지법’,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해 손으로 양 팔뚝을 번갈아 10~15번 정도 토닥거리는 ‘나비 포옹법’ 등이 마음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달 이상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잊어버리라는 조언보다는 힘들어하는 상황을 잘 들어주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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