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허가 받아야 수출 가능” 웨스팅하우스는 美서 소송… 업계 “기술 국산화, 문제없다”

전수용 기자 2022. 11.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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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의 원전 수출]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원전 1호기. 고리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시공을 맡아 설비와 연료 공급 등을 총괄했다./조선일보DB

미국 원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로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PR 1400은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자로로 UAE에 수출한 모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에 우리 기술이 적용됐으니 한국이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세계 원자로 절반에 원천 기술을 제공해온 최고의 원전 업체였지만 미국 스리마일(1979년)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자국에서 원전 건설 경험이 없어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원전업계에선 세계 각국이 에너지 위기와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 건설에 나선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한 건 가격과 시공 능력 면에서 앞선 APR 1400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웨스팅하우스는 2009년 한전 컨소시엄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전에 참여했을 때도 “당신들은 안 된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과 현대건설을 우리 하청으로 넘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UAE 원전 수출이 확정되자 한수원은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웨스팅하우스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2010년대 들어 원자로 3대 핵심 기술인 계측제어시스템(MMIS), 원자로냉각재펌프(RCP), 원전 설계 핵심 코드를 모두 국산화하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 한수원은 올 하반기 가동을 앞둔 신한울 1호기에 국산 MMIS와 RCP를 채택했다.

이종호 한수원 전 기술본부장은 “1997년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사용협정을 맺고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 APR1400 수출하는 데 문제없도록 이미 별도의 대가를 지급했다”며 “UAE 수출 때와 달리 핵심 기술도 모두 국산화된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한미 양국 원전 협력 관계를 봤을 때 허가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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