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사 관리 주체·인파 대비 부재가 빚은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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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러윈 압사 참사의 피해 규모와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세월호 참사나 성수대교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을 겪으며 그것이 비록 사후약방문이라 할지라도 안전 매뉴얼을 조금씩 다듬어온 게 사실이다.
관리 가능한 인파 규모의 측정과 동선 안내, 통행량 분산 방법, 위험한 도로나 계단으로의 진입을 통제하거나 비상로 또는 우회로를 확보하는 법 등에 대한 매뉴얼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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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러윈 압사 참사의 피해 규모와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31일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모두 154명으로 부상자를 합하면 사상자가 300명 넘는다. 희생자 중엔 외국인도 30명 가깝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 임용시험에서 해방된 기쁨에 들떴던 수험생, 직장 동료들과 휴일 밤을 보내려던 직장인,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까지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연이 없다. 끝까지 아니기만을 바랬지만 부울경 출신 희생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순간을 즐기려다 치른 대가 치고는 너무나 참혹하다.
워낙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참사가 터졌기 때문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모두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당국이 폐쇄회로(CC) TV와 목격자 증언 등을 종합해 실체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긴 할 것이다. 대형사고 때마다 지목되는 안전불감증이나 현장의 구조적 결함 외에,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온 일상적 행동이 안전의 블랙홀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것을 철저히 파헤치지 않는 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제2, 제3의 사고는 언제든 재발한다.
그동안 우리는 세월호 참사나 성수대교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을 겪으며 그것이 비록 사후약방문이라 할지라도 안전 매뉴얼을 조금씩 다듬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행사의 주체가 아예 없거나 불분명한 상태에서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사실상 고민이 없었다. 관리 가능한 인파 규모의 측정과 동선 안내, 통행량 분산 방법, 위험한 도로나 계단으로의 진입을 통제하거나 비상로 또는 우회로를 확보하는 법 등에 대한 매뉴얼은 어디에도 없다. 30여년 전 대형 압사 사고를 겪은 뒤 행정기관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홍콩이나 재난 관리에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진 일본의 사례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 지적처럼 관련 매뉴얼이 한시 바삐 만들어져야 한다.
이 참에 일부 시민의 비인간적이고 몰지각한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피땀을 흘린 의인이 있는가 하면 길바닥에 쓰러진 이들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누군가의 비극을 돈벌이나 놀이 수단으로 여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고 원인 규명 못지 않게 자극적인 영상이나 가짜뉴스로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오는 5일까지 전국민 애도기간이 선포됐다. 부울경 곳곳에도 분향소가 설치됐다. 차분하고 경건하게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재난대응방식을 전면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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