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이태원’의 절규

조봉권 기자 2022. 11.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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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느낀 일부 사람이 "뒤로! 뒤로!"를 외쳤는데 행렬 뒤쪽에서 그걸 "밀어! 밀어!"로 잘못 알아들은 바람에 혼란이 더 커졌다는 증언을 담은 '이태원' 보도가 있었다.

예년에는 더 많이 왔고 올해도 약 10만 명이 이태원 일대에 운집할 것으로 당국은 예측했는데, 경찰 인력 배치나 안전 요소 점검 등 대비는 제대로 이뤄졌는가? 동선 연구나 군중 관리 차원의 대응책은 어떠했는가? 이런 질문에 관한 답변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비극에서 배울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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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느낀 일부 사람이 “뒤로! 뒤로!”를 외쳤는데 행렬 뒤쪽에서 그걸 “밀어! 밀어!”로 잘못 알아들은 바람에 혼란이 더 커졌다는 증언을 담은 ‘이태원’ 보도가 있었다. 관련 영상을 보니, 매우 짧은 분량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볼 정황은 있었다. 이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나쁜 상황이었다. 지난 29일 밤, 핼러윈 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터진 참사는 망연자실한 슬픔과 날카로운 아픔을 국민의 가슴에 새기고 말았다.


대한민국 최고 도시 서울의 길 위에서 154명이 목숨을 잃고 149명이 다친 이 사고는 어안이 벙벙해지는 충격을 안겼다. 현재는 사태를 수습하고 희생자를 기리고 위로하는 노력이 정부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사고를 수습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커다란 비극 앞에서 우리 사회는 더 깊이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반성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들든, 그 과정을 밟아야만 한다. 그건 공동체와 나라의 책무다.

이태원의 절규 속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를 꼽아보자. 첫째는 당연히 사고 자체와 관련한 것이다. 현재 국내 여론은 물론이고 외국 언론도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예년에는 더 많이 왔고 올해도 약 10만 명이 이태원 일대에 운집할 것으로 당국은 예측했는데, 경찰 인력 배치나 안전 요소 점검 등 대비는 제대로 이뤄졌는가? 동선 연구나 군중 관리 차원의 대응책은 어떠했는가? 이런 질문에 관한 답변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비극에서 배울 수 없게 된다.

문화 영역의 담론 차원에서도 조명할 것이 있다. 예컨대 10대·20대를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핼러윈 데이를 맞아 멋지고 기괴한 분장을 하고 이태원으로 달려가 해방감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가 젊은 층과 청소년에게 너무 심한 압박감을 주는 것이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 잘 보일 것이다.

이태원이라는, ‘중앙’에 자리한 크고 단일한 곳에 이토록 온 한국이 집중하는 원인도 살펴보자. 21세기는 크고 단일한 중심 하나보다 작고 다양한 중심을 여러 곳에 두고 그걸 높은 창의성과 다양성으로 가꾸는 편이 낫다는 담론은 많았다. 어떤 연유로 한국에선 그런 방향으로 가는 변화가 없을까? 분산의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이야기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조봉권 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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