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주권과 해양경찰의 역할
예나 지금이나 바다는 조용하지 않다. 바다는 역사 이래 세력과 세력, 국가와 국가가 만나는 통로였고 무대였다. 때로는 평화로운 교역과 교류가 이루어지는가 하면 치열한 갈등과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다가 한 문명의 흥망과 성쇠를 결정하는 열쇠였음은 역사가 알려준다.
해양주권은 해양에 대한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말한다. 특히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배타적 관할을 말한다. 영해는 육지처럼 모든 영역에서 독점적 관할이 가능하고,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는 해상·해저의 자원을 지배하는 권리를 가진다. 해양주권 개념에는 일국이 타국의 방해 없이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상대적이고 국제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지배할 수 있는 바다는 육지로부터 가까웠다. 초기 영해의 범위를 포탄이 날아갈 수 있는 사거리를 기준으로 정했던 것도 이런 사정이 있었다. 오늘날 과학기술 발달로 먼바다까지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바다를 둘러싸고 서로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다. 이에 바다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규칙을 정한 것이 유엔 해양법 협약이다. 여기에 12해리 영해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권리를 명시해 놓았다.
오랜 세월 동안 바다를 지배하는 논리는 힘이었다. 유엔 해양법 협약에 해양주권을 명시해 놓은 오늘날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사정도 시급하다. 우리나라와 중국,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이나 일본이 주장하는 경계가 우리가 주장하는 경계와 상이하다. 향후 경계 획정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경계획정 수역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가 사실상 해양주권의 핵심적 사항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변에서 해양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지속적으로 분쟁화하고 있다. 특히, 바다로 팽창하는 중국의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무인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며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갈등을 겪고 있다. 동중국해에서는 다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경계 미획정 수역을 수시로 순시하고 항공기를 보내는 등 서해를 분쟁화하고 있다. 최근 이를 힘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해양조직을 정비하고 중국해경을 창설했다. 이제 중국은 ‘해양굴기’를 통해 현대판 정화 대원정의 영광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해양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중심적인 힘은 해양경찰력(power of Coast Guard)이다. 물론 해군도 있지만, 군(軍)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 군사적 충돌 위험이 있어 조심스럽다. 해양경찰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부적·외부적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해양경찰 내부적으로 해양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인력과 법·제도를 갖추어야 하는데, 아직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조직원의 자긍심을 키워줄 수 있는 해양경찰 정신을 정립해 사기를 높여야 한다. 특히, 해양경찰을 스마트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간부 그룹의 양성은 시급한 현안이다.
외부적으로 정부는 예산이나 인력 충원을 통해 해양경찰을 지원해야 한다. 국민은 해양경찰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한때 국민을 실망시켰던 기억도 있지만,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들어 신바람을 넣어주어야 한다. 해양경찰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애정과 사기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양경찰은 대외적으로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국민의 응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토르데시야스 조약 같은 극단적 힘의 시대는 지나갔다. 하지만, 규정이나 말로써 해양주권이 실현될 수 없다. 해양주권은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비로소 지킬 수 있다. 실제로 바다에서 활동하는 세력, 즉 해군과 해양경찰이 강건해져야 해양주권이 실현될 수 있다. 오래전 동아시아 바다를 호령하던 장보고 대사의 청해정신(淸海情神)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이다.
고명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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