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pick] 어둠의 수퍼 히어로 외
디즈니+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
환한 빛이 있는 낮의 세계는 스파이더맨과 헐크 같은 수퍼 영웅들의 무대다. 그렇다면 밤의 어둠 속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어벤져스’ 시리즈로 수퍼 영웅물을 시대의 유행으로 만들어버린 마블이 그 어둠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새로 선보인다. 54분 분량의 흑백 중편 영화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늑대인간 웨어울프(Werewolf) 잭 러셀(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고대로부터 밤의 어둠은 세상을 위협하는 괴물들이 으르렁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냥꾼’으로 불리는 초인적 능력자들은 그 괴물을 처치하며 세상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가장 강한 초자연적 힘이 깃든 무기 블러드스톤의 주인이었던 전설적 사냥꾼 율리시스의 장례식이 열리는 밤, 이 붉게 빛나는 힘의 다음 번 주인이 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사냥꾼들이 모여든다. 사냥감으로 풀어놓은 괴물을 무찔러 등에 붙여 놓은 블러드스톤을 차지해야 하는데, 제각각 꿍꿍이가 다르다. 속고 속이는 살육전이 시작된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딕 공포소설을 닮은 이야기를 20세기 초 무성 영화 시대의 공포물을 모방한 화면에 솜씨 좋게 담았다. 마블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흑백 화면이 맞춤하게 어울린다.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한 요즘, 이민자나 유색인종 등 낯선 존재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도 블랙 코미디로 양념해 집어 넣었다. B급 공포영화 감성 물씬 나는 아날로그 특수효과도 재미있다. 마블 팬이라면 가볍게 즐길 만한 ‘특별부록’ 같은 영화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2000년생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사진>는 벌써 넉 장의 음반을 발표한 ‘겁 없는 신예’. 이 가운데 현대음악을 녹음한 세 번째 음반은 세계적 전문지 그라모폰의 격찬을 받기도 했다. 2009년 독일 유학을 떠나서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수예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라벨의 소나타 2번, 브람스의 소나타 3번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가 호흡을 맞춘다.
영화 ‘옆집사람’
만취해서 곯아떨어진 뒤 깨어 보니 옆집 원룸. 그런데 눈앞에 피투성이 시체가 쓰러져 있다면? 3일 개봉하는 ‘옆집사람’은 지극히 연극적 상황에서 출발하는 장르 영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염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에 올랐다. 밀폐된 원룸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품이지만 전반부의 1인극에서 2인극, 3인극으로 등장인물이 추가될 때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반전이 스릴을 자아낸다. 촬영뿐 아니라 주인공 ‘찬우’ 역을 맡은 오동민의 연기 역시 돋보인다.
연극 ‘클래스’
어느 예술대학원 극작 수업. 교수 A와 대학원생 B는 뜻하지 않게 일대일 수업을 하게 된다. 작가를 지망하는 B는 작가로도 성공한 A에 대한 존경과 공격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점점 불편해지는 가운데 예술과 현실, 폭력과 위계 등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가 풀려 나온다. 형상화하기 어려운 말을 끄집어내는 작가(진주)의 용기와 뚝심이 돋보인다. 연출(이인수)의 무대 언어는 절제돼 있고 깔끔하다. 두 배우(이주영·정새별)의 연기와 호흡도 매끄럽다. 12일까지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발레 ‘인어공주’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인어, 새우, 꽃게, 가재, 산호, 해파리, 문어가 등장한다. 난파된 배에서 왕자를 구해준 인어공주는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물거품으로 변한다’는 조건을 받고 두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는다. 화려한 궁중 파티, 인어공주가 변하는 대목 등이 볼거리다. 영상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김선희발레단이 2001년 초연해 20년 넘게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적인 발레 스타 김기민·박세은 등이 거쳐간 작품. 수익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 김선희 안무로 4~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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