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참사 원인은 ①양방통행 허용 ②흐름 조절 실패 ③비상출구 부족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2. 11. 1. 03:02
[이태원 핼러윈 참사]
세계적 군중관리 전문가들 분석
③ “비상출구 지점 여러 개 열어 놨어야”
“이태원 참사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출구 지점을 여럿 확보했다면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펄 교수는 “주최자가 없는 비공식적인 축제라도 이런 축제가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면 당국은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m²당 7명 이상 밀집되면 중상,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며 “통제요원들은 출구 지점을 줄여 출입을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군중이 급증하면 (출구 부족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학기술로 군중을 통제해 온 서울에서 어떻게 이토록 비참한 실패가 발생했는지 사람들이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1993년 발생한 홍콩 번화가 란콰이퐁 새해 전야 참사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군중 관리 전문가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객원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본보 인터뷰에서 “경사진 골목에서 군중이 반대 방향으로 서로 오가다 순식간에 (압사) 위험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홍콩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란콰이퐁은 비탈진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바, 클럽이 몰려 있다. 1993년 새해 전날, 이곳에 2만여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21명이 사망하고 62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홍콩 당국은 1993년 참사 이후 군중 관리 매뉴얼을 도입했다. 사람들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줄을 세우고, 주변 도로를 통제해 인파가 특정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 현상을 방지하도록 했다. 일방통행 안내 표시와 함께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응급 상황 때 이용할 수 있는 비상로를 확보하는 매뉴얼도 마련해 올해도 시행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30일∼이달 1일 주변 도로 차량을 통제하고, 인파가 더 몰리면 추가로 다른 도로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미리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우윙이 홍콩 센트럴 지역 경찰청 부청장은 “시민들도 인내심을 갖고 경찰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군중관리 전문가들 분석
“사람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양방통행을 (허용)하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합니다.”
세계적인 군중 관리 전문가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객원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고밀도의 군중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 조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중 사고 법 전문가 트레이시 펄 미국 오클라호마대 로스쿨 교수도 “사전 계획만 제대로 돼 있었어도 충격적인 인명 손실을 거의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비극적”이라고 했다.
① “양방통행 허용이 치명적 위험 초래”
인터뷰에 응한 해외 전문가 3명은 △좁은 골목에서 양방통행 허용 △고밀도 군중의 동선을 예상해 흐름을 바꿈으로써 골목 진입 사람 수를 줄이는 안전조치 부재 △비상출구 확보 실패가 얽혀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스틸 교수는 “경찰 등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군중 관리 교육이 필수적이다. 유럽과 미국은 주요 행사 시 군중 관리 전문가가 경찰과 함께 사고에 대비한 동선 관리를 사전에 계획한다”고 했다. 그는 대형 참사가 자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의 순례지 동선 개선 프로젝트를 비롯해 2011년 윌리엄 왕세자 결혼식, 주요 올림픽 행사 때 군중 관리에 참여한 전문가다. 메카로 향하는 자마라트 다리에서 수백 명 규모의 압사 참사가 종종 일어난 뒤 순례자들이 특정 위치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해 병목현상을 풀어주자 참사도 일정 기간 멈췄다.
② “골목 진입 예상해 군중 흐름 바꿨어야”
스틸 교수는 “이태원 참사는 갑자기 뛰어가다 발생하는 ‘스탬피드(stampede·우르르 몰림)’ 현상이 아니었다. 단순히 군중 흐름을 조절하고 (좁은 골목 같은) 특정 공간에 진입하려는 사람의 수를 줄이면 예방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 노팅힐 카니발 축제, 캐나다 오타와의 ‘캐나다 데이’ 축제가 모두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전문가들이 군중의 예상 동선을 토대로 예방 조치를 취해 사고가 없었다”고 했다.
군중 관리 관련 컨설팅 기업인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의 폴 워테이머 최고경영자(CEO)는 “군중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군중이 처한 환경이 사고 발생을 좌우한다”며 “이태원 참사 당시 군중의 흐름을 바꿔 주는 안전 조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9년 미국 신시내티 콘서트 참사를 직접 겪은 이후 군중 관리 컨설팅사를 창업해 40년간 주요 공연의 안전 프로젝트를 맡아 왔다. 그는 “과거에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단지 운 좋게 나쁜 일을 피했던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군중 관리 전문가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객원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고밀도의 군중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 조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중 사고 법 전문가 트레이시 펄 미국 오클라호마대 로스쿨 교수도 “사전 계획만 제대로 돼 있었어도 충격적인 인명 손실을 거의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비극적”이라고 했다.
① “양방통행 허용이 치명적 위험 초래”
인터뷰에 응한 해외 전문가 3명은 △좁은 골목에서 양방통행 허용 △고밀도 군중의 동선을 예상해 흐름을 바꿈으로써 골목 진입 사람 수를 줄이는 안전조치 부재 △비상출구 확보 실패가 얽혀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스틸 교수는 “경찰 등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군중 관리 교육이 필수적이다. 유럽과 미국은 주요 행사 시 군중 관리 전문가가 경찰과 함께 사고에 대비한 동선 관리를 사전에 계획한다”고 했다. 그는 대형 참사가 자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의 순례지 동선 개선 프로젝트를 비롯해 2011년 윌리엄 왕세자 결혼식, 주요 올림픽 행사 때 군중 관리에 참여한 전문가다. 메카로 향하는 자마라트 다리에서 수백 명 규모의 압사 참사가 종종 일어난 뒤 순례자들이 특정 위치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해 병목현상을 풀어주자 참사도 일정 기간 멈췄다.
② “골목 진입 예상해 군중 흐름 바꿨어야”
스틸 교수는 “이태원 참사는 갑자기 뛰어가다 발생하는 ‘스탬피드(stampede·우르르 몰림)’ 현상이 아니었다. 단순히 군중 흐름을 조절하고 (좁은 골목 같은) 특정 공간에 진입하려는 사람의 수를 줄이면 예방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 노팅힐 카니발 축제, 캐나다 오타와의 ‘캐나다 데이’ 축제가 모두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전문가들이 군중의 예상 동선을 토대로 예방 조치를 취해 사고가 없었다”고 했다.
군중 관리 관련 컨설팅 기업인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의 폴 워테이머 최고경영자(CEO)는 “군중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군중이 처한 환경이 사고 발생을 좌우한다”며 “이태원 참사 당시 군중의 흐름을 바꿔 주는 안전 조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9년 미국 신시내티 콘서트 참사를 직접 겪은 이후 군중 관리 컨설팅사를 창업해 40년간 주요 공연의 안전 프로젝트를 맡아 왔다. 그는 “과거에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단지 운 좋게 나쁜 일을 피했던 것일 뿐”이라고 했다.
③ “비상출구 지점 여러 개 열어 놨어야”
“이태원 참사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출구 지점을 여럿 확보했다면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펄 교수는 “주최자가 없는 비공식적인 축제라도 이런 축제가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면 당국은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m²당 7명 이상 밀집되면 중상,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며 “통제요원들은 출구 지점을 줄여 출입을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군중이 급증하면 (출구 부족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학기술로 군중을 통제해 온 서울에서 어떻게 이토록 비참한 실패가 발생했는지 사람들이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와 닮은꼴’… 1993년 21명 압사 홍콩, 일방통행-비상로 확보 등… 군중관리 매뉴얼 도입
해외 전문가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1993년 발생한 홍콩 번화가 란콰이퐁 새해 전야 참사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군중 관리 전문가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객원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본보 인터뷰에서 “경사진 골목에서 군중이 반대 방향으로 서로 오가다 순식간에 (압사) 위험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홍콩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란콰이퐁은 비탈진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바, 클럽이 몰려 있다. 1993년 새해 전날, 이곳에 2만여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21명이 사망하고 62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홍콩 당국은 1993년 참사 이후 군중 관리 매뉴얼을 도입했다. 사람들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줄을 세우고, 주변 도로를 통제해 인파가 특정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 현상을 방지하도록 했다. 일방통행 안내 표시와 함께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응급 상황 때 이용할 수 있는 비상로를 확보하는 매뉴얼도 마련해 올해도 시행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30일∼이달 1일 주변 도로 차량을 통제하고, 인파가 더 몰리면 추가로 다른 도로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미리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우윙이 홍콩 센트럴 지역 경찰청 부청장은 “시민들도 인내심을 갖고 경찰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경찰, 참사 3일전 ‘압사’ 경고에도 대비 안했다
- [단독]해밀톤호텔 주점 테라스-부스 불법증축… ‘병목’ 가중
- [단독]참사 원인은 ①양방통행 허용 ②흐름 조절 실패 ③비상출구 부족
-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 다신 이런일 없길”… 전국 추모 행렬
- “SNS로 본 이태원 참사영상에 잠 못자”… 전 국민 트라우마 확산
- 의식 잃으면 심폐소생술 최우선… 상의 단추 풀고 다리 높여줘야
- ‘이상민 발언’ 논란… 野 “책임회피 국민 분노” 與도 “부적절”
- [단독]‘주최자 없는 행사에도 지자체서 안전 관리’… 서울시의회 조례 추진
- “공무원 1대1 장례 지원한다더니 여긴 왜 안오나” 유족 분통
-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그분’ 수사 박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