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드니도 접수… “이대론 죽는다” 저비용항공사 몸부림

신은진 기자 2022. 11.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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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만 치중해선 생존 불가능”
대형·화물기 도입, 사업 다각화
제주항공이 지난 6월 말 도입한 화물기.

저비용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은 오는 12월 23일부터 인천~시드니 노선을 띄운다. 티웨이항공의 첫 장거리 노선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를 위해 올 상반기 347석 규모의 대형기 A330-300 3대를 도입했다. 티웨이항공 측은 “지난 5월 싱가포르 노선에 이어 12월에는 저비용 항공사 최초로 시드니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저비용 항공사(LCC)=단거리 운송’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올 들어 앞다퉈 중·장거리 노선에 대형 여객기나 화물기를 도입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탄탄한 항공 화물을 바탕으로 여객 부문 손실을 만회한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전략이다.

◇저비용 항공 업계, 대형기 도입하고 화물 사업 시작하고

신생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9일부터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대형 항공기인 B787-9 드림라이너 3대를 도입했다. 중·장거리 노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상반기까지 드림라이너 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제주항공도 내년 상반기 B737-8을 도입해 중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B737-8을 도입하면 현재 운용 중인 항공기에 비해 비행거리가 1000㎞ 이상 늘어나게 돼, 중앙아시아·인도네시아 등 신규 중거리 노선을 공략할 수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단거리 노선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형 항공사보다 저렴한 항공비를 앞세워 중·장거리 노선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알짜 중·장거리 노선을 보유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이슈를 피하기 위해 일부 노선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뉴욕·파리·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저비용 항공 업계 고위 인사는 “대한항공 합병 이슈가 없으면 뉴욕·파리·로마 노선은 우리가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을 운수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중국과 같은 알짜 단거리 노선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에어부산은 최근 운항 허가를 받은 부산~옌지 노선을 곧 띄울 계획이고, 에어서울은 인천~칭다오 노선을 기존 주 1회에서 2회로 증편하기로 했다. 중국 노선은 비행기를 띄우면 좌석이 거의 가득 찰 만큼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항공 화물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6월 말 국내 LCC 최초로 화물기를 도입했다. 인천~하노이 노선을 시작으로 도쿄, 옌타이 등으로 노선을 늘려왔다. 주로 의류·기계부품·전자제품을 실어나르는데, 6월 242t을 시작으로 7월 920t, 8월 952t, 9월 1060t으로 매월 수송량이 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되는 총 3174t의 화물을 수송했다. 한진그룹의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도 최근 물류 기업 한진과 항공 화물 운송 계약을 맺고, 글로벌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섰다.

◇3분기 실적은 대부분 여전히 적자 예상

저비용 항공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경영 여건은 좋지 않다. 올 연말까지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항공 수요의 절반까지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개선 속도가 더딘 데다, 고환율·고유가 직격탄까지 맞아 경영 실적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21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배 늘어난 2294억원이지만, 여전히 영업 적자가 지속되는 것이다. 진에어도 매출액 1702억원 영업 손실 6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매출 606억원, 영업 손실 445억원)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만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 항공사 중에서는 티웨이항공만 올 3분기 매출액 120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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