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튜브]세계 음악수도 영광 간직한 ‘빈 호른’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2. 11.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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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959년 나온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빈 신년음악회에서 매년 앙코르 첫 곡으로 연주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는 바이올린의 트레몰로에 이어지는 호른 연주로 멜로디가 시작된다.
빈 음악가들의 독특한 고집은 빈 호른뿐만이 아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꿈꾸는 듯한 호른 소리에서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중부 유럽 일대를 호령했던 옛 영화(榮華)의 꿈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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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959년 나온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2년 뒤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알려졌다. 이 영화 주제가인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안녕이에요(Say No More, It‘s Goodbye)’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에서 멜로디를 따왔다.
기자가 어릴 때도 이 영화는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그렇지만 ‘브람스 3번’과 그 선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시대를 뛰어넘는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TV 드라마가 제작된 걸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적막한 선율은 교향곡 3번 3악장의 서두에 첼로로 나왔다가 중간부가 지난 뒤 호른 솔로로 다시 한번 상기된다. 늦은 가을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는 것처럼 고적하다.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연주회에서 이 곡을 듣는 사람은 평소 (대부분의) 음반에서 듣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악단 호른 주자들이 사용하는 호른은 다른 대부분 악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몇몇 대표 악단들은 ‘빈 호른’을 쓴다.
빈 호른은 표준 호른과 몇몇 점에서 다르다. 표준 호른은 종 모양의 나팔(벨)이 악기 본체와 하나로 연결돼 두드리면 ‘텅텅’ 소리가 나지만 빈 호른은 벨 부분에 별도의 판이 붙어 있어 두드리면 ‘턱턱’ 소리가 난다. 연주자가 입에 대고 부는 마우스피스는 18세기 이전의 호른과 비슷해서 표준 호른보다 덜 오목하게 들어간다.
1959년 나온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2년 뒤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알려졌다. 이 영화 주제가인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안녕이에요(Say No More, It‘s Goodbye)’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에서 멜로디를 따왔다.
기자가 어릴 때도 이 영화는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그렇지만 ‘브람스 3번’과 그 선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시대를 뛰어넘는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TV 드라마가 제작된 걸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적막한 선율은 교향곡 3번 3악장의 서두에 첼로로 나왔다가 중간부가 지난 뒤 호른 솔로로 다시 한번 상기된다. 늦은 가을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는 것처럼 고적하다.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연주회에서 이 곡을 듣는 사람은 평소 (대부분의) 음반에서 듣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악단 호른 주자들이 사용하는 호른은 다른 대부분 악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몇몇 대표 악단들은 ‘빈 호른’을 쓴다.
빈 호른은 표준 호른과 몇몇 점에서 다르다. 표준 호른은 종 모양의 나팔(벨)이 악기 본체와 하나로 연결돼 두드리면 ‘텅텅’ 소리가 나지만 빈 호른은 벨 부분에 별도의 판이 붙어 있어 두드리면 ‘턱턱’ 소리가 난다. 연주자가 입에 대고 부는 마우스피스는 18세기 이전의 호른과 비슷해서 표준 호른보다 덜 오목하게 들어간다.
음높이를 바꾸는 밸브도 통상의 호른에서 쓰는 로터리 밸브(키를 누르면 부품이 회전해 새 통로로 관을 연결하는 장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달라서 키를 누르면 부품이 수직으로 움직이면서 관을 연결하는 ‘펌프 밸브’를 쓴다. 보통의 ‘더블 호른’이 관의 길이가 다른 두 악기를 한 몸체에 결합한 하이브리드 악기인 데 반해 빈 호른은 F조 관 하나만 지닌 싱글 호른이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빈 호른은 표준 호른에 비해 밝고 몽상적이며 붕 뜬 듯한 소리가 난다고 평가된다. 빈 신년음악회에서 매년 앙코르 첫 곡으로 연주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는 바이올린의 트레몰로에 이어지는 호른 연주로 멜로디가 시작된다. 이 부분을 표준 호른의 연주로 들으면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기 마련이다.
호른은 전체 오케스트라 음색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악기와 잘 섞이는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고 음량이 큰 편인 데다 2관 편성(목관악기가 종류마다 두 대씩 출연하는 합주 크기) 기준 네 대 이상이 출연해 두꺼운 화음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확성 장치를 사용한 불완전한 음향 속에서도 빈 호른이 느껴지는 뚜렷한 빈 필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빈 음악가들의 독특한 고집은 빈 호른뿐만이 아니다. 빈 필은 목관악기인 오보에도 독특한 구조의 ‘빈 오보에’를 쓴다. 세계 피아노의 표준이 스타인웨이로 통일되다시피 한 오늘날에도 빈 음악 팬들은 빈 고유 상표인 뵈젠도르퍼 피아노의 음색에 변함없는 사랑을 보낸다. 이런 독특함은 오랜 시간 ‘세계 음악수도’로 꼽혔던 빈의 자존심에서 비롯된다.
18세기 말 하이든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말러에 이르는 수많은 별들이 빈으로 모여들어 활동했다. 남들이 표준이라고 불러도 빈 음악가와 음악 팬들은 ‘빈의 표준’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오스트리아 제국은 붕괴했고 빈은 제국의 10분의 1 규모인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지만 빈 예술의 자존심은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다른 나라의 연주가와 악단들이 찾아올 때는 연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스토리를 싣고 와서 풀어놓고 간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꿈꾸는 듯한 호른 소리에서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중부 유럽 일대를 호령했던 옛 영화(榮華)의 꿈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빈 호른은 표준 호른에 비해 밝고 몽상적이며 붕 뜬 듯한 소리가 난다고 평가된다. 빈 신년음악회에서 매년 앙코르 첫 곡으로 연주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는 바이올린의 트레몰로에 이어지는 호른 연주로 멜로디가 시작된다. 이 부분을 표준 호른의 연주로 들으면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기 마련이다.
호른은 전체 오케스트라 음색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악기와 잘 섞이는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고 음량이 큰 편인 데다 2관 편성(목관악기가 종류마다 두 대씩 출연하는 합주 크기) 기준 네 대 이상이 출연해 두꺼운 화음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확성 장치를 사용한 불완전한 음향 속에서도 빈 호른이 느껴지는 뚜렷한 빈 필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빈 음악가들의 독특한 고집은 빈 호른뿐만이 아니다. 빈 필은 목관악기인 오보에도 독특한 구조의 ‘빈 오보에’를 쓴다. 세계 피아노의 표준이 스타인웨이로 통일되다시피 한 오늘날에도 빈 음악 팬들은 빈 고유 상표인 뵈젠도르퍼 피아노의 음색에 변함없는 사랑을 보낸다. 이런 독특함은 오랜 시간 ‘세계 음악수도’로 꼽혔던 빈의 자존심에서 비롯된다.
18세기 말 하이든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말러에 이르는 수많은 별들이 빈으로 모여들어 활동했다. 남들이 표준이라고 불러도 빈 음악가와 음악 팬들은 ‘빈의 표준’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오스트리아 제국은 붕괴했고 빈은 제국의 10분의 1 규모인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지만 빈 예술의 자존심은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다른 나라의 연주가와 악단들이 찾아올 때는 연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스토리를 싣고 와서 풀어놓고 간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꿈꾸는 듯한 호른 소리에서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중부 유럽 일대를 호령했던 옛 영화(榮華)의 꿈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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