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은]룰라의 귀환
이정은 논설위원 2022. 11. 1. 03: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오시네요." 2009년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오찬장에 들어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변의 정상들에게 던진 소개말이다.
집권 2기 후반부, 전례 없는 경제 성과에 힘입어 룰라의 지지율이 80%를 넘어설 때였다.
77세 나이에 선거판에 다시 뛰어든 그는 그제 대선에서 브라질의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며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오시네요.” 2009년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오찬장에 들어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변의 정상들에게 던진 소개말이다. 집권 2기 후반부, 전례 없는 경제 성과에 힘입어 룰라의 지지율이 80%를 넘어설 때였다.
▷해외 정상들도 부러워한 록스타급 인기 속에 대통령궁을 떠났던 그의 퇴임 후 추락과 재기 과정은 롤러코스터급이다. ‘세차 작전(Operation Carwash)’으로 불린 검찰의 부패 수사에서 수백억 달러의 뇌물과 돈세탁 혐의가 드러난 그는 2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절차적 문제로 2019년 재판 무효 판정을 이끌어낼 때까지 부패 정치인 딱지를 달고 580일간 감옥살이를 했다. 77세 나이에 선거판에 다시 뛰어든 그는 그제 대선에서 브라질의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며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브라질의 정권 교체는 라틴 아메리카 ‘핑크 타이드’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 등 7개 주요국 중 6개국이 이미 진보 정권으로 교체된 상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악화한 빈부 격차와 실업이 좌파 물결을 일으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의 경우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도 작용했다. 그의 극우 정권을 받쳐온 농업 자본과 보수 기독교, 군부의 이른바 ‘3B(beef, bible, bullet)’는 힘을 쓰지 못했다.
▷룰라가 완성한 중남미 제2의 ‘핑크 타이드’는 2000년대 초반의 첫 번째 물결과는 많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핑크 타이드’는 저금리 기조 속 경제 붐으로 정부가 부담 없이 재정 지출을 늘리던 시기였다. 반면 지금은 미국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정책적 여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팬데믹 여파도 지속 중이다. 사회적 불안과 양극화 심화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좌파의 물결이 과거보다 훨씬 짧고 불안정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룰라는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지만 집권기 그의 정책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중도에 가까웠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걸어 다니는 변형 동물’이 되고자 한다. 바뀌는 사실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걸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 ‘룰라노믹스’에 대한 국민의 향수가 미래 기대치까지 한껏 높여 놓은 시점이다. 룰라가 집권 3기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부를 키웠던 그의 화려한 과거 성과까지 한순간에 흔들릴지 모른다.
▷해외 정상들도 부러워한 록스타급 인기 속에 대통령궁을 떠났던 그의 퇴임 후 추락과 재기 과정은 롤러코스터급이다. ‘세차 작전(Operation Carwash)’으로 불린 검찰의 부패 수사에서 수백억 달러의 뇌물과 돈세탁 혐의가 드러난 그는 2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절차적 문제로 2019년 재판 무효 판정을 이끌어낼 때까지 부패 정치인 딱지를 달고 580일간 감옥살이를 했다. 77세 나이에 선거판에 다시 뛰어든 그는 그제 대선에서 브라질의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며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브라질의 정권 교체는 라틴 아메리카 ‘핑크 타이드’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 등 7개 주요국 중 6개국이 이미 진보 정권으로 교체된 상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악화한 빈부 격차와 실업이 좌파 물결을 일으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의 경우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도 작용했다. 그의 극우 정권을 받쳐온 농업 자본과 보수 기독교, 군부의 이른바 ‘3B(beef, bible, bullet)’는 힘을 쓰지 못했다.
▷룰라가 완성한 중남미 제2의 ‘핑크 타이드’는 2000년대 초반의 첫 번째 물결과는 많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핑크 타이드’는 저금리 기조 속 경제 붐으로 정부가 부담 없이 재정 지출을 늘리던 시기였다. 반면 지금은 미국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정책적 여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팬데믹 여파도 지속 중이다. 사회적 불안과 양극화 심화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좌파의 물결이 과거보다 훨씬 짧고 불안정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룰라는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지만 집권기 그의 정책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중도에 가까웠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걸어 다니는 변형 동물’이 되고자 한다. 바뀌는 사실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걸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 ‘룰라노믹스’에 대한 국민의 향수가 미래 기대치까지 한껏 높여 놓은 시점이다. 룰라가 집권 3기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부를 키웠던 그의 화려한 과거 성과까지 한순간에 흔들릴지 모른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경찰, 참사 3일전 ‘압사’ 경고에도 대비 안했다
- 해밀톤호텔 주점 테라스-부스 불법증축… ‘병목’ 가중
- [단독]참사 원인은 ①양방통행 허용 ②흐름 조절 실패 ③비상출구 부족
-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 다신 이런일 없길”… 전국 추모 행렬
- “SNS로 본 이태원 참사영상에 잠 못자”… 전 국민 트라우마 확산
- 의식 잃으면 심폐소생술 최우선… 상의 단추 풀고 다리 높여줘야
- ‘이상민 발언’ 논란… 野 “책임회피 국민 분노” 與도 “부적절”
- [단독]‘주최자 없는 행사에도 지자체서 안전 관리’… 서울시의회 조례 추진
- “공무원 1대1 장례 지원한다더니 여긴 왜 안오나” 유족 분통
- 수도권 미분양 56% 급증… 서울 거래량 역대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