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의료민영화 프레임 남발하지 말자

2022. 11. 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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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건강관리서비스' 허용하자
의료민영화 논란 다시 불붙어
일상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로는
국민건강보험에 영향 주지 않아
국민 부담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의료민영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보건복지부가 민간 보험사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범 인증한 건 때문이다. 일단 이게 의료민영화인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도 짚어볼 일이다.

의료민영화의 의미 범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좁은 범위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 볼 대상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병원과 의료비용 체계를 결정하는 의료보험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보건소나 국공립 병원 등 공공 의료기관을 제외하면 민간이 운영하는 의·병원에서 공급된다. 공공 의료기관이 충분한지가 논의될 수는 있지만, 이미 상당히 민영이므로 ‘민영화’의 논란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가 문제가 된다면 그 중심에는 의료보험, 그중에서도 국민건강보험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건보)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으로, 두 측면에서 강제성이 있다. 첫째, 의료 수요자인 전 국민이 강제 가입되고 둘째, 의료 공급자인 모든 의료기관이 건보에 가입한 국민을 진료할 의무를 진다. 당연지정제라 불리는 두 번째 강제성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은 찾아오는 건보 가입자를 거부할 수 없고, 제공한 의료 서비스에 대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비용 부분이 있으면 나라가 정한 비용만 받아야 한다. 수준 높은 민영 의료서비스를 비교적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우리나라 의료 공공성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10년 가까이 문제가 된 영리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의사나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데 영리법인에도 허용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영리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당연지정제에서 제외되는 점이다. 영리병원이 아니라도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비용이 없는 ‘비급여’ 진료만 하는 의·병원이 많지만, 영리병원은 아예 건보공단의 간섭 없이 영리를 추구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을 제한하고 높은 보수로 우수한 의료 인력을 끌어모을 수 있다. 따라서 영리법인 설립에 의료민영화 논란이 붙는 것은 이해된다.

최근 문제가 된 민간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이 건보에 타격을 줄까. 건강관리서비스는 예를 들면 보험 가입자의 혈당, 혈압, 체중, 신체 활동 등의 기록을 전송받아 관리하고 분석해주는 것이다.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을 먹는지 점검하고, 혈당·혈압 등이 의료인이 설정한 목표 범위를 벗어나면 알려주는 서비스도 된다. 민간 의·병원에서 할 수도 있는 서비스를 민간 보험사에서 제공한다고 의료민영화로 취급할 일은 아니다. 건강 관련 기록을 관리하고 기본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앱이 이미 흔한 세상에서 민간 보험사가 그런 서비스를 한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민간 보험사가 제공하겠다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건보와 엮이지 않으니 제도를 위축시킬 이유가 없다. 건강관리서비스가 현재도 민간 의·병원에서 제공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것은 이 서비스에 건보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전액 의료 소비자에게 청구해야 하는데 따로 돈 내면서 서비스를 받겠다는 소비자가 없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도 의료민영화의 프레임이 씌워진다면 그 바탕에는 건강과 관련된 모든 비용에 건보가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즉,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비용을 언젠가는 나라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민간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미리 제공하면 건보가 들어올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더 많은 건보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건보료를 내는 사람들이 더 높은 보험료를 내거나 전 국민이 세금으로 보조할 것인지조차 치열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합의도 쉽지 않다. 하물며 일상적인 건강관리까지 건보로 챙기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민간 보험사든 좋은 앱이든 건강관리를 잘해준다면 고령시대에 장기적으로 건보 부담을 줄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간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은 의료민영화로 볼 수 없다.

나라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해주길 바라는 세상이고, 그 때문에 ‘민영화’라는 말이 많은 사람에게 경고등을 켠다. 그럴수록 설익은 프레임을 조심해야 한다. 프레임은 편을 가르고 합리적인 토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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