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군산까지 북상한 금목서 향기, 서울서도 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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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대 교정에 금목서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전 들러보았습니다. 정말 양지바른 교정에 등황색 금목서 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아주 자잘한 등황색 꽃이 잎자루마다 가득 달려 있는 형태입니다.
금목서 하면 뭐니뭐니해도 향기입니다. 목서 종류 중 금목서가 가장 향기롭다고 합니다. 실제로 꽃에서 나는 달짝지근한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이 향기가 복숭아 향 같다고도 하고 살구 향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꽃이 절정일 즈음엔 근처에만 가도 달콤한 이 향기가 주변을 감싼다고 합니다. 좀 늦게 간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금목서 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금목서는 중국이 고향인 상록수로,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입니다. 제주도와 남해안 등 남부지방에 가야 이 꽃향기를 제대로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금목서가 군산까지는 올라와 노지에서 꽃을 피운 겁니다. 충남에 있는 안면도수목원과 천리포수목원에서도 이 나무가 자라지만 관리하는 곳이니 경우가 좀 다릅니다. 관리해도 꽃이 시원치 않는 해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전해드렸듯이, 서울 마포구의 대단지 아파트 화단에서도 구골목서가 잘 자라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구골목서는 구골나무와 목서(은목서)의 교잡종으로,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온난화 때문에 서울 기온이 계속 올라가는데다 구골목서도 잘 자라니 머지않아 금목서도 서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서울 공원이나 화단을 지나다 좀 놀랄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남부수종이라고 한 나무들이 서울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부수종들이 북상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 등을 여행하다 보면 봄인데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나무 무리를 볼 수 있는데 이 나무가 홍가시나무입니다. 주로 생울타리 등 경계목으로 심어 놓았고, 가로수 등으로 따로따로 심어놓은 것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잎이 새로 자랄 때와 단풍이 들 때 붉은빛을 띠어 홍가시나무라고 합니다.
요즘 이 홍가시나무를 공덕역 근처 소공원 등 서울 시내 거리에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내한성이 약해서 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관상용으로 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자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별 무리없이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멀꿀’이라는 상록덩굴이 있습니다. 역시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의 남쪽 해안과 섬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데, 서울 선유도공원에 가면 멀꿀이 꽃을 피우며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꿀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꿀처럼 너무 달아 맛보면 정신이 멍해질 정도라고 ‘멍꿀’이라 하던 것이 변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전남북과 제주도에 분포하는 상록 활엽 관목이라고 나옵니다. 전북 부안이 북방한계선이라고 변산 도청리의 호랑가시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제12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홍릉숲에 가면 호랑가시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으며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개방한 청와대에 갔다가 본관 입구에 참꽃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꽃은 진 상태였지만 나무 상태는 좋아 보였습니다. 참꽃나무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진달래과 나무로, 제주도를 상징하는 도화(道花)이기도 합니다. 5월에 잎과 함께 꽃이 나오는데 색감이 참 화사합니다. 꽃이 진달래와 철쭉을 섞어놓은 듯하고 잎도 둥글넓적한 것이 진달래와 철쭉 잎의 중간쯤으로 보였습니다. 봄에 안면도수목원에 가도 화려한 참꽃나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남부수종들이 서울에서 잘 자라는 것을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부수종들이 서울에 진출하는만큼 추워야 잘 자라는 나무들은 서울에서 밀려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더라도 꽃도 예쁘고 향기도 달콤한 금목서는 서울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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