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군산까지 북상한 금목서 향기, 서울서도 맡을 수 있을까

김민철 논설위원 2022. 11.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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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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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대 교정에 금목서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전 들러보았습니다. 정말 양지바른 교정에 등황색 금목서 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아주 자잘한 등황색 꽃이 잎자루마다 가득 달려 있는 형태입니다.

군산대 교정에 핀 금목서 꽃.

금목서 하면 뭐니뭐니해도 향기입니다. 목서 종류 중 금목서가 가장 향기롭다고 합니다. 실제로 꽃에서 나는 달짝지근한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이 향기가 복숭아 향 같다고도 하고 살구 향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꽃이 절정일 즈음엔 근처에만 가도 달콤한 이 향기가 주변을 감싼다고 합니다. 좀 늦게 간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금목서 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군산대 교정에 핀 금목서 꽃.

금목서는 중국이 고향인 상록수로,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입니다. 제주도와 남해안 등 남부지방에 가야 이 꽃향기를 제대로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금목서가 군산까지는 올라와 노지에서 꽃을 피운 겁니다. 충남에 있는 안면도수목원과 천리포수목원에서도 이 나무가 자라지만 관리하는 곳이니 경우가 좀 다릅니다. 관리해도 꽃이 시원치 않는 해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전해드렸듯이, 서울 마포구의 대단지 아파트 화단에서도 구골목서가 잘 자라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구골목서는 구골나무와 목서(은목서)의 교잡종으로,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온난화 때문에 서울 기온이 계속 올라가는데다 구골목서도 잘 자라니 머지않아 금목서도 서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월 서울 아파트단지에서 꽃이 핀 구골목서.

요즘 서울 공원이나 화단을 지나다 좀 놀랄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남부수종이라고 한 나무들이 서울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부수종들이 북상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 등을 여행하다 보면 봄인데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나무 무리를 볼 수 있는데 이 나무가 홍가시나무입니다. 주로 생울타리 등 경계목으로 심어 놓았고, 가로수 등으로 따로따로 심어놓은 것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잎이 새로 자랄 때와 단풍이 들 때 붉은빛을 띠어 홍가시나무라고 합니다.

홍가시나무 생울타리. 전남 신안군.

요즘 이 홍가시나무를 공덕역 근처 소공원 등 서울 시내 거리에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내한성이 약해서 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관상용으로 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자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별 무리없이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멀꿀’이라는 상록덩굴이 있습니다. 역시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의 남쪽 해안과 섬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데, 서울 선유도공원에 가면 멀꿀이 꽃을 피우며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꿀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꿀처럼 너무 달아 맛보면 정신이 멍해질 정도라고 ‘멍꿀’이라 하던 것이 변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5월 서울 선유도에 핀 멀꿀 꽃.

호랑가시나무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전남북과 제주도에 분포하는 상록 활엽 관목이라고 나옵니다. 전북 부안이 북방한계선이라고 변산 도청리의 호랑가시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제12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홍릉숲에 가면 호랑가시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으며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호랑가시나무 열매. 11월 서울 홍릉숲.

지난 5월 개방한 청와대에 갔다가 본관 입구에 참꽃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꽃은 진 상태였지만 나무 상태는 좋아 보였습니다. 참꽃나무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진달래과 나무로, 제주도를 상징하는 도화(道花)이기도 합니다. 5월에 잎과 함께 꽃이 나오는데 색감이 참 화사합니다. 꽃이 진달래와 철쭉을 섞어놓은 듯하고 잎도 둥글넓적한 것이 진달래와 철쭉 잎의 중간쯤으로 보였습니다. 봄에 안면도수목원에 가도 화려한 참꽃나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이 청와대 본관 입구 참꽃나무, 오른쪽은 안면도수목원에서 담은 개화한 참꽃나무.

남부수종들이 서울에서 잘 자라는 것을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부수종들이 서울에 진출하는만큼 추워야 잘 자라는 나무들은 서울에서 밀려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더라도 꽃도 예쁘고 향기도 달콤한 금목서는 서울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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