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가짜뉴스 선동…수습 나선 與 '촉각'
尹 비난 글 다수…與 "가짜뉴스, 사회적 혼란 부추겨"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여야가 '이태원 참사' 이후 정쟁을 멈추고 수습에 나선 가운데 일부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면서 국민의힘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칫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지도부는 국회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었다. 정 위원장은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정부·여당은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비통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에 집중하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수습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별히 별도의 기구를 당내에 설치하진 않지만, 당 차원에서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일체의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책임을 정확히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일에 노력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만드는 건 정부와 우리 정치권 책임"이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안전 인프라를 전면 업그레이드하고, 이번 예산국회에서 국가 사회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러 유언비어나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타깝게 숨진 이들의 모습이나 사고 수습에 나선 경찰·소방 관계자 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이나 영상은 물론 사상자들을 향해 도를 넘는 조롱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확인되지 않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명확한 물증이나 증거 없이 가해자를 특정하고 있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자제를 당부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누군가를 향한 마녀사냥식 유언비어는 국민에게 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엄청난 인명 피해에 충격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깊은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과도한 영상 유포와 혐오 표현을 자제하고, 혐오를 부추기거나 낙인을 찍는 행위도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참사는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점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참극이라는 비판 여론도 적잖다. 많은 시민이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사전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용산으로 이전된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경력이 집중 배치됐기 때문에 인근 이태원에 경찰이 부족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실 이전과 이태원 참사 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윤 대통령이 사고 발생 이후 3시간 부재설도 나돌고 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남 부원장은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돼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 및 성범죄 단속에 혈안 돼 투입된 경찰 200명, 모두 용산경찰서 관할 인력"이라며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축제를 즐기려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윤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했다.
사회적 참사를 정치 선동에 이용하면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은 희생자들과 부상자, 유족을 위해 한마음으로 애도하는 한편 정치권이 해야 할 책무를 꼼꼼히 살필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민들을 향해서도 "아무런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것은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일"이라며 "국가적 재난 상황 때마다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거나 대응 방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는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여야도 당분간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현재 온라인 공간에는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성숙해야 한다. 국민적 슬픔을 당파적 분노로 전도시켜서는 안 된다.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며 "어느 누구도 타인의 죽음을 정치투쟁의 에너지로 소비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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