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용산구 사전대책 적절했나…인원대책 부실 논란
2주 전 100만 인파 '지구촌축제'와 상황 달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303명의 사상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 사고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 속에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 용산구청의 사전 대비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참사 전 열린 두 차례 간담회에서 대규모 인원대책과 관련한 내용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 사흘 전인 26일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구는 경찰·이태원역장(지하철 6호선)·상인회(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4자 간담회를 열었다. 용산구와 경찰은 예상됐던 대규모 인원 밀집에 대비한 안전 대책은 논의하지 않았다. 구청 측은 이 자리에 자원순환과 직원만 참석해 쓰레기 문제 등을 상인회에 안내하는 데 그쳤다.
27일 오후 2시에도 용산구는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구청장 대신 부구청장이 1시간 정도 주재했다.
용산구가 이 회의 뒤 28일 낸 보도자료에는 핼러윈 기간(27일∼31일) 특별 방역, 안전사고 예방, 거리 청결 확보가 회의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회의엔 방역추진반, 행정지원반 등 11개 부서장이 참석했다.
보도자료의 게시 제목은 '핼러윈데이 안전이 최우선'이었지만 대규모 인파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안전 관련 내용은 주민과 시설물 안전 등을 위한 지침 등이다. 자료에서 소개한 긴급 대책은 이태원의 식품접객업소 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 종합상황실 운용, 방역 관리, 소음 특별점검, 가로정비, 불법 ·주정차 단속, 청소대책이다.
박희영 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마약류 사건·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주민의 안전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회의 내용에 따라 사고 당일 실제 현장에 배치했던 직원 수는 30명 정도로 알려졌다. 해당 인력은 2주 전인 15일∼16일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축제 때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한 앞선 행사에는 용산구 직원만 1078명이 행사 지원에 투입됐다. 경찰과도 협의해 도로 교통도 통제했다. 축제 기간 이태원에 약 10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지만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용산구는 이같은 차이를 두고, 사고 당일 이태원 상황과 지구촌축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구촌축제는 행사 개최 전례가 있어 방문객 규모 등을 예측하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지만, 핼러윈 데이는 젊은 층의 자율적인 모임으로 불특정한 시간에 여러 클럽을 중심으로 파티가 이뤄져 어느 골목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이와 관련해 박 구청장은 31일 MBC에 "이건(핼러윈) 축제가 아니다"며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안전관리 매뉴얼이 있는 지역축제 등과 달리 핼러윈 파티가 민간에서 이뤄지는 자율적인 성격이었음을 강조한 것이지만, 사고 지역을 일선에서 관할하는 지자체장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이후 제도적인 맹점이 지적되자 행정안전부는 이날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도 지자체가 안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침이나 매뉴얼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역시 이와 비슷한 규정을 담은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태원 사고 현장과 이어진 이태원로 가로변에 용산구가 관리하는 CCTV가 있어 관제센터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구청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CCTV는 본래 목적이 불법 주정차 단속용이어서 도로변을 비추고 있다"며 "사고가 난 골목은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아니어서 관제센터 내 CCTV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CCTV는 360도 회전할 수 있지만 사고가 난 골목 입구(이태원역 앞)에서 16m가량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어 골목 어귀의 건물 모퉁이까지 찍힐 뿐 골목 안쪽까지 찍히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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