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각지대 ‘주최자 없는 축제’, 인파 관리 매뉴얼 시급하다

2022. 10. 3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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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는 인파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 29일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대로를 잇는 좁은 골목길은 늘 인파로 붐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지역축제 관리매뉴얼' 적용을 받지 않은 '주최자 없는 축제'여서 사각지대에 놓인 점이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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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경찰 ‘방역·치안’ 위주 대비
사고징후에도 도로·지하철 무방비
조례 제정, 안전망 점검 서두르길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는 인파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 29일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대로를 잇는 좁은 골목길은 늘 인파로 붐빈다. 녹사평역·이태원역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평소 주말에 3만∼5만4000명에 이른다. 3년 만의 야외 노마스크 축제가 벌어진 사고 당일엔 10만∼13만명이 몰렸다. 그런데도 관할 지자체(서울시, 용산구)는 방역, 경찰은 치안 위주 대비책뿐이었다. 사고 사흘 전 경찰, 구청 등이 모였지만 클럽·주점 내 성범죄 예방 포스터 부착이 고작이었다. 대피로 설치나 안전관리 인력 배치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배치된 경찰 인력 130여명도 마약단속 등 치안 위주 활동만 벌였다.

도로만 통제됐다면 구급차 등의 발 빠른 대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 8일 여의도 불꽃축제처럼 한강진역과 녹사평역 사이 2㎞ 구간의 도로를 통제하고 지하철 무정차만 했어도 인파 분산으로 참사는 피했을 것이다. 사고 전날 낙상피해 등 112 신고건수가 평소 1.5배에 달하는 등 사고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당국으로서는 유구무언일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지역축제 관리매뉴얼’ 적용을 받지 않은 ‘주최자 없는 축제’여서 사각지대에 놓인 점이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면책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2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던 2017년 핼러윈 당시 경찰은 도로 인근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보행자 통로를 넓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정부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찰도 관련 매뉴얼 준비에 착수했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바람직한 조치다. 핼러윈 때 가장 붐비는 일본 시부야가 조례로 행사기간에 길거리 음주를 금지하고 미국 뉴욕이 100개 구간에 통행로 확보를 위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는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경찰이 어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호텔 뒤편 골목길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해 빈틈없는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지자체도 다중밀집 행사의 선제적 안전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시민들 또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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