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빈 섬

2022. 10. 31. 22: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중교통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와 편리함을 제공하는 반면, 문제점 또한 많습니다.

우리 의식의 영토도 그에게 잠식됩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연숙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날 / 남편 전화번호가 입안에서 좌충우돌이다
몇십 개의 전화번호가 기억의 저장 통에서
바로 불려 나오던 시절, 오, 아날로그여
이름 모를 벌레가 사그락사그락 뇌를 갉아먹고
손안에 엉겨 붙은 스마트한 쇳덩이가 / 매 순간 정답이라며 던져준다
미처 인식도 하기 전 우린 한 몸이 되었다
행여 너를 잃어버린 날에는 일상이 증발해버린다
명사와 숫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방금 인사를 하고 돌아선 사람의 얼굴도 지워진다
왕이 된 너는 내 안에 들어앉아 명령어를 입력하고
맞춤 정보를 끊임없이 보여주며 / 삶에 할당된 시간까지 삼키고 있다
의식의 영토는 너에게 유린당하고 / 생각조차 쇠사슬에 묶여 끌려다니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 빈 섬이 되어갔다
대중교통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와 편리함을 제공하는 반면, 문제점 또한 많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엔 전화번호 백여 개 정도는 너끈하게 외워 전화했건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남편 전화번호는 물론,

아이들 전화번호조차 가물가물합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연락처 이외에도

나의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일상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우리도 모르게 스마트폰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아 뇌의 균형을 깨뜨리고

우리 의식의 영토도 그에게 잠식됩니다.

빈 섬이 되어가는 우리들,

기억의 저장 통에서 바로 불려 나오던 아날로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