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에 몰리는 뭉칫돈…10억 넘는 계좌 788조원 ‘사상 최대’
지난해 말 대비 18조원 늘어나
80~90%가 현금 쌓아 둔 기업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은행 예금 금리가 오르고 시중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몰리면서, 계좌당 10억원 이상의 고액 예금도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증시 등이 침체되자 위험자산보다 은행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넣어두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8조1930억원(2.4%) 불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저축성예금은 정기 예·적금, 기업 자유예금, 저축예금(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을 말한다.
10억원 초과 예금 계좌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8만4000개에서 지난해 말 8만9000개, 올 6월 말 9만4000개로 늘었다. 10억원 초과 계좌를 예금 종류별로 살펴보면 지난 6월 현재 정기예금이 528조97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8% 증가했다.
반면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850억원에서 237조3960억원으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저축예금은 24조4480억원에서 21조430억원으로 13.9% 감소했다. 올 상반기 기업이나 개인이 이율이 낮은 기업 자유예금이나 저축예금보다는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에 돈을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고액 예금 계좌가 늘어난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 수준이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올라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증시는 박스권에 갇힌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연 5% 금리 정기예금이 자산가의 투자 대안이 된 셈이다. 기업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현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적절한 투자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억원 초과 계좌의 80~90%가 기업에 속해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고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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