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얻은 딸이었는데”…믿기지 않은 이별들

이지은 2022. 10. 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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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구 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연들이 없습니다.

몸 아픈 할머니를 살갑게 챙겼다는 장손, 불과 2주 뒤 사촌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던 20대...

미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믿기지 않는 이별로 큰 슬픔에 빠진 유족들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에서 뜻 밖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언론에서 처음 이태원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내 가족이 거기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참사 6시간이 지나고 경찰의 연락을 받았을 때, 그제서야 조카가 이태원에 갔고, 거기서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망자 이 모 씨 삼촌 : "(경찰이)'병원에 안치가 돼 있습니다. 가서 확인 좀 해주십시오' 라고 이야기를 듣고 가서 보니까 때려도 보고 만져도 보고…."]

추석에도 편찮으신 할머니 곁을 지켰던 효자 조카는, 그렇게 30대 꽃다운 나이로 가족 곁을 영영 떠나갔습니다.

[사망자 이 모 씨 삼촌 : "우리 집 장손이자 어렸을 때부터 제가 봐왔기 때문에 온순하고 제일 착해요."]

또다른 유가족.

결혼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을 잃은 부모는 사흘째 먹지도, 마시지도 못합니다.

이태원에 가기 전, 2주 앞으로 다가온 사촌들과의 여행 준비로도 들떠 있었지만, 그 계획은 실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사망자 사촌오빠/음성변조 : "오빠 내가 방을 잡았으니까 우리 재밌게 놀고 하자라고 한 게 나하고 이야기한 게 마지막 말이라는 거…."]

참사 현장에 함께 갇혔다 간신히 빠져나온 친구는, 홀로 살아남았단 사실이 끝내 통한으로 남았습니다.

[최영규/사망자 친구 : "살아만 있어 달라고 다시 깨어나달라고 돌아와 달라고. 너무 미안해서 나랑 친구는 살아남았으니까…."]

이번 참사와 관련해 피해자들을 모욕하거나, 은연중에 책임을 돌리려는 듯한 표현들은, 유족들에게 2차, 3차의 상처로 남습니다.

[사망자 사촌오빠/음성변조 : "젊은 애들 친구들하고 같이 놀수 있잖아요. 평범한 젊은이들의 축제잖아요."]

혈육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버거운 유가족들은, 무분별한 비방과 조롱을 멈춰달라는 간곡한 호소까지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송혜성/영상편집:황보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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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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