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도 시민도 ‘그날의 악몽’…“트라우마 힘들다면 상담을”
복지부,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심리지원단 설치해 상담 실시
사고 목격자 ‘PTSD’ 겪을 수 있어…전문기관 도움 받아야
지난 29일 벌어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3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현장 수습과 사망자 신원 확인 등은 마무리되어 가고 있지만 유가족과 참혹한 현장에 있었던 부상자·목격자 등 시민들의 집단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유가족 등 1000여명을 돕기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단을 꾸렸다. 유가족과 부상자가 아니더라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조규홍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이태원사고 수습본부’를 꾸려 부상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지원과 장례지원에 나선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심리지원을 위해서는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단을 설치하고 정신건강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투입해 현장·전화 상담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심리지원단이 설치되는 국가트라우마센터는 2018년 4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재난 경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는다. 정신건강전문의 2명과 정신건강전문요원 18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3년 5월 발족한 국립서울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리적 외상관리팀이 모태다.
서울병원 심리적 외상관리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임시로 설치됐던 안산 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 등에 투입돼 실종자·희생자 가족과 안산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인·집단 상담을 진행했다. 이듬해 심리위기지원단으로 개편 후엔 메르스 피해자, 2016년 가습기살균제·포항지진 피해자 등을 상담 지원해왔다.
전문가들은 사건 당시 참혹한 상황을 담은 영상·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유가족과 부상자뿐만 아니라 목격자·일반 시민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https://www.nct.go.kr/)에선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간단히 자가진단할 수 있는 질문지를 제공하고 있다.
트라우마가 지속되면 참지 말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에 노출된 직후 놀라거나 슬퍼하는 등 정서적·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면서도 “1~2주가 지난 후에도 잠을 못 잔다든지 소화가 안 된다든지 무기력하다든지, 기분이 우울·불안하다든지 사고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든지 이런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위기상담전화 등) 상담을 받아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유가족과 부상자는 복지부의 심리지원 안내 문자를 통해 대면·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목격자 등 일반 시민 중 이번 사고에 대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위기상담전화(1577-0199)로 연락하면 된다. 그 외 상담을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서울시 분향소 2곳(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서울광장)에 설치된 심리상담 부스와 마음안심버스에서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외 전문가들 “통제의 부재가 참사 키웠다”
- ‘훌리건 탓’했던 영국의 반면교사…“사과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 그 ‘지옥철’, 오늘은 그냥 보냈다…“남 일 같지가 않아서”
- “압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후진국형 사고 아니다”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정진석 “대통령 죽여서 당대표 살리자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친윤 강명구 “윤 대통령, 박절하지 못한 분···사적 얘기”
- 70대 아버지 살해한 30대 아들, 경찰에 자수…“어머니 괴롭혀와서” 진술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