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사 본 뒤 호흡곤란 등 증상 있다면…"단순작업 몰두 도움 돼"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오대영
[앵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건 치유와 위로입니다. 떠나보낸 자, 남은 자는 물론이고 이를 지켜본 우리 모두 표현하기가 어려운 충격과 상처에 휩싸여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유족과 지인들이 겪을 고통은 감히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로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상자분들과 유가족분들 당시 현장에 계셨던 분들은 아마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으로 그 사고를 떠올리거나 악몽을 꾸신다거나 아니면 이태원이나 핼러윈 같은 단어만 들어도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몸이 마비되는 공황발작 증세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분들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분들 스스로도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최소 한 달 정도는, 자극의 원인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연상케 하는 어떤 그런 것들로부터 많이 멀어지시고 일상이나 본업 그리고 단순작업에 집중하시는 게 더 좋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들의 주변에서는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유발하는 단어나
언급된 주제를 자제해 주시고 배려해 주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주변에서도 많이 배려가 필요하겠군요. 핼러윈 파티를 간 것 자체를 비판하는 그런 움직임도 아주 일부에서는 있거든요.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실 그게 나는 무관한 사람이다, 나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해서 오는 그런 데서 기인한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이걸 모두의 불행이고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연대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추모와 애도겠죠.]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그렇죠. 원인이나 어떤 평가나 판단을 접어두시고 지금 당장은 사상자와
유가족들, 그분들의 삶과 그 존중과 애도에 집중하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저희가 앞서서 구조활동에 나섰던 의인과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심리센터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따로 해 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실 이분의 숭고한 희생의 이면에는 미처 구하지 못한 인명에 대한 죄책감, 무력감, 우울감이 자리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분은 제가 생각할 때는 상처받은 영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절망 속에서 이분이 우리를 구했듯이 이번에는 우리가 이분을 구할 차례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어렵고 힘들겠지만 저희가 방법을 찾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앵커]
소셜미디어에서 사고 당시의 모습들이 여과 없이 시시각각 전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걸 본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까요?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영상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2차적인 공황장애, 2차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불안의 민감도가 너무 높거나 공감능력이 너무 높아서 내가 현장에서 이 재난을 경험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신데요. 이런 분들은 2주에서 3주 정도 이완이나 명상, 심호흡을 하면서 충분히 휴식하시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호전이 되시지만 15~20% 정도의 분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것도 역시 극히 일부지만 희생자와 생존자를 향해서 조롱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도대체 뭘까요?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실 재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말과 불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불안이 굉장히 쉽게 전파되고 분노와 불신으로 확장됩니다. 그렇게 되면 계층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분노의 연쇄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반이 우울해지고 집단 우울증, 집단 트라우마에 빠지기 때문에 2차, 3차 심리적 재난에 빠집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런 슬픔의 연쇄를 끊어야 한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앵커]
국가 차원에서 애도기간 선포한 게 2010년의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로 처음인데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요?
[박종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충분한 애도의 기간이 끝난다면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심리 지원이나 어떤 서비스 같은 거, 핫라인. 그리고 이런 제도적인 실질적인 논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제일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은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공감과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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