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실언’ 언론 질문 뺀 중대본 “매뉴얼 없다”만 되풀이

김원진 기자 2022. 10. 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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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급급했던 브리핑 질의응답
중대본 회의 참석한 이상민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 “우려할 만한 인파 아니었다” 발언 관련한 질문 회피
이 장관, 이후 문자로 유감 표명…참석자끼리 답변 미루기도

“질문 나온 거 다 소화해야 되는 건가요?”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질문이 이어지자 한 말이다. 예정된 질의응답 시간이 3분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의 발표자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두번째로 진행된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선 여러 잡음이 일었다. 행안부는 사전 취합한 질문 대다수를 생략한 채 브리핑을 마치려 했고, 배석자로 나온 정부 관계자들은 “잘 모른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행안부는 사전에 기자들에게 질문 10여개를 모았다. 브리핑 현장에서 질문을 대신 읽은 행안부 관계자는 “전달을 못 받았다”며 이상민 장관 관련 질문 등을 생략했다. “특별히 우려할 만큼 인파가 (이태원에) 모인 것은 아니었다”는 이 장관의 전날 발언이 ‘틀린 사실에 기반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2019년 핼러윈과 가까웠던 토요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자가 10만명 안팎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약 13만명이었다.

행안부가 질문을 끊은 시점은 사전 공지한 질의응답 시간이 8분가량 남은 때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도 많았다. 브리핑 현장에선 경찰의 투입 경력과 현장 대응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경찰 측 답변은 “잘 모른다”였다. 경찰이 최초 보도자료에서 이태원 현장 배치 인력을 200명에서 나중에 137명으로 바꿨다는 지적에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부서에서 근무해 배치 규모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이날 비슷한 시각 경찰청이 별도로 실시한 브리핑에선 “3일간 배치되는 인력을 연인원으로 계산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참사 당일 일방통행이나 도로 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브리핑 참석자들끼리 서로 답변을 미뤘다. 김 본부장은 “경찰청에서 좀 답변을”이라고 했다가 경찰청 관계자가 난색을 표하자 다시 “국토(교통)부 나와 계시나요”라며 국토부 관계자를 찾았다. 현장에 국토부 관계자가 없자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현장 통제보다 범죄 예방, 불법 단속을 중심으로 경력을 배치해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2019년 이전에는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경찰청 관계자는 다시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 행위 단속에 초점을 맞춰 상황을 대비했다”고만 말했다. 이어 경찰청 관계자는 “필요 최소한의 교통 통제는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는 그런 통제가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주최 없는 행사를 대비하는 경찰 내 매뉴얼이 없지만, 예년 핼러윈 축제 때보다 이태원에 많은 경력이 투입됐다는 경찰 측 설명도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번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 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나 축제는 안전 관련 매뉴얼이 없다는 말은 김 본부장의 설명에서도 되풀이됐다.

이 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비판이 지속되자 행안부는 이날 오후 4시쯤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이 장관의 입장을 전했다. 이 장관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앞으로 더욱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며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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