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후진국형 사고 아니다”

김보미 기자 2022. 10. 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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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최근 축제·공연 등 늘며 사고 발생 잠재성 커져”
사회 변화·지역 특성 반영해 새로 등장하는 위험 대비 촉구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군중 밀집 사고다. 일상적으로 잦아진 행사, 축제 등이 소셜미디어로 퍼져 국내외에서 사람을 모으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군중 밀집에 따른 압사 등을 ‘후진국형 사고’로 볼 게 아니라 사회변화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재난 대비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신종 대형 도시재난 전망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빈도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불확실성이 높아 피해가 광범위한 ‘신종 대형 재난’에 ‘압사 사고’가 포함돼 있다. 압사나 깔림 사고는 공연·체육·쇼핑 시설과 지하철역, 각종 행사·집회 등 한정된 공간에서 군중이 밀집해 혼잡이 생길 때 일어나는데, 최근 문화 축제나 공연 등이 크게 늘면서 발생의 잠재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0년 작성된 이 보고서는 이같이 변하는 도시 여건에 따라 재난의 특성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로 작성됐다.

야외뿐 아니라 실내 밀집도 경고한다. 예를 들어 화재 등으로 지하철역 내 대피 상황이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 이때 앞쪽의 보행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가 있다면 통행에 도움이 된다. 계단 마지막 단에 돌출부를 만드는 식으로 땅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피로를 찾을 수 있도록 역사 설계를 개선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생활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밀집 양상이 나타나면서 압사 사고를 ‘후진국형 참사’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은 “후진국형 사고라는 인식은 결국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 책임을 국민에게 미룰 여지가 있다”며 “사회 구조와 규모의 변화에 따라 새로 등장하는 위험을 꾸준히 찾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 도쿄 등은 핼러윈 기간에 맞춰 늘어나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해마다 군중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100여개 거리를 폐쇄해 차량 진입을 막는 식으로 보행 흐름 개선하고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 이는 사람이 몰리는 현상은 행정 당국 등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조성일 원장은 “지자체가 (도시 환경 변화로)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 등을 인지하고 사전에 경찰에 인력을 요청하거나 재난 당국이 관리 지침을 내리는 등의 구체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가 경찰과 정부 부처와 협조해 방역 활동을 했던 것처럼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현상과 사안에 대응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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