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밀집’ 알리는 실시간 도시데이터…서울시, 만들어 놓고도 활용 안 했다
인구·교통·도로 등 정보에
12시간 뒤 상황까지 전망
시, 주로 문화·관광용 사용
“안전 알림 시스템 구축을”
지난 29일 압사 사고로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의 실시간 인구밀집도를 나타내는 행정 데이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국은 이 데이터를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올해 기준 서울시 예산 1억4000만원이 투입됐지만 당국의 안전 감수성 부재로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119-7번지 일대의 인구혼잡도를 보여주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는 서울시 서울열린데이터광장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일정 구간의 인구혼잡도를 파악해 사전 조치를 취할 단서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안전문자를 보내거나 현장 통제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문화·관광(부서)에서 데이터 활용이 많다. (도입 취지는) 안전 쪽보다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써 (가치를) 재창출하거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도시데이터를 보면 이태원관광특구에는 29일 오후 10시 기준 5만8000명(추산)이 모였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구간에 밀집한 인원은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오후 10시가 (실시간 인구가) 가장 많았다”며 “모니터링하는 사람이 없어 확인은 어렵지만, (사고 구간이) 빨간색으로 나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1일 주요 장소의 실시간 인구, 도로소통, 대중교통, 날씨·환경, 코로나19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관광특구를 비롯해 명동·동대문·홍대관광특구 등 50곳을 추려 해당 지역의 인구 범례(적음 0명~많음 282명), 도로소통 범례(원활·서행·정체·정보 없음)를 지도에 색깔로 표시한다.
실시간 도시데이터는 실시간 인구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주요 지역의 KT 기지국에서 휴대전화 신호를 5분마다 집계한 뒤 실시간 인구를 추정한다. KT 가입자뿐 아니라 전체 밀집 인구를 추산하기 위해 전수화 작업을 거친다. 실시간 추이뿐 아니라 전후 12시간의 추이와 전망도 알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경사로는 세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이 뒤엉키는 구간이다. 핼러윈 기간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지역의 인구밀집도 정보가 시민들에게 공유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안전 감수성이 부족해 데이터가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서울시에서 혼잡도를 인지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 밀집한 시민들에게 모바일로 (정보를) 주고, 일정 밀집도 이상이 되면 경찰이나 관할구청 안전요원이 현장에 나가는 시스템까지 연계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에도 도시데이터 사업에 올해와 같은 수준의 예산을 편성했다. 서울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데이터를 제공하면 안전 관련 기관에서 (시민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거나 방송을 하는 등 업무에 활용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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