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 몰린 군중 ‘난기류’와 같아
방향 잃고 이리저리 떠밀려
“1㎡당 7명 이상, 압사 위험”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좁은 골목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다. 학계에서는 군중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난기류’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석한다.
200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사한 사고로 362명이 사망했는데, 독일 드레스덴공대 연구진은 이듬해인 2007년 특별한 현상을 발견해 논문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의 실험한 결과 군중들은 규모가 적을 때에는 모두 비슷한 속도로 특정 공간 안에서 전진했다. 그런데 군중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사람이 더 몰리면 군중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군중 전체가 아무렇게나 떠밀리기 시작하면서 누군가가 군중의 방향을 안정적으로 틀 수가 없게 된다. 연구진은 “난기류와 비슷한 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난기류는 여러 방향의 공기 움직임이 불규칙하게 뒤엉킨 현상이다. 군중이 거친 바람처럼 휘몰아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힘으로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군중이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면 누군가는 넘어진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2010년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좁은 공간에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들이 양방향 통행을 할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했다. 길이 20m, 폭 6m의 통로에서 총인원 700명까지는 안정적으로 엇갈려 통행하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800명이 넘자 사람들이 서로 밀착된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이 지속됐다.
학계에서는 대략 1㎡당 5명 이상이 모이면 위험 징후로 본다. 7명 이상이면 압사가 일어날 수 있고, 12명이 넘어가면 대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태원 사고 현장에는 1㎡당 8~10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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