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축제’ 땐 “좁아서 안전 우려”라던 용산구, 이번엔 왜?
구, 2019년 축제 치른 뒤 “위험” 평가 내린 뒤 개선책도 마련
10일 뒤 열리는 핼러윈 축제는 “주최 아냐” 이유 통제 안 해
전문가 “주최자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더욱 챙겼어야”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관광특구 일대에서 ‘이태원 지구촌축제’를 열면서 “좁은 규모 때문에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수차례 평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달, 같은 장소에서 인파가 몰리더라도 구청 후원 행사인 경우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에는 크게 개입하지 않아 ‘행정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31일 용산구가 2019년 10월 ‘이태원 지구촌축제’를 치른 후 이를 평가하고 개선 및 발전 방안을 정리한 결과 보고서를 확보했다. 이태원 지구촌축제는 2002년부터 진행됐고, 통상 핼러윈 축제보다 2주가량 앞서 열린다. 주최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이며, 용산구와 서울시는 후원을 맡고 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압사 사고가 일어난 올해 상황과 가장 유사했던 셈이다.
보고서를 보면 용산구는 주요 문제점 및 개선 방안으로 ‘관람객 대비 (좁은) 행사장 규모로 보행 불편 및 안전 문제 발생’을 첫 번째로 들었다. 그러면서 “외부 평가 시 매번 지적되는 관람객 대비 행사장 규모의 한계로 보행 불편 및 그에 따른 안전 문제 발생 우려에 따른 지속적인 개선 필요”라고 적시했다. 또 “금년도 한국 음식 부스의 경우 동과 동 부스 사이에는 푸드코트존을 마련하여 차도(보도)로 테이블, 의자가 나오는 걸 방지했으나 혼잡도 해소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음”이라고도 평가했다.
보고서는 개선안으로 “가장 혼잡한 메인지역에 위치한 한국·세계 음식 부스를 보광로 엔틱가구거리로 이동 등 전체적으로 부스 위치 재조정을 통해 관람객 분산 유도” 등을 내놨다. 이태원로에서도 인파가 어느 곳에 몰리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핼러윈 참사도 이 인근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당시에는 전문 경호인력을 계약해 안전요원 60명을 배치했으며 이태원역 4번 출구 등 3곳에 종합안내소도 운영했다. 이태원에서 행사가 열렸을 때 얼마나 인파가 몰리고 어떤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지를 용산구가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용산구는 2019년 결과 보고를 바탕으로 2020년 이태원 지구촌축제 세부 추진 지원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축제 추진 방향에는 “ ‘사고 제로의 안전한 축제’를 위한 안전요원 채용 및 유기적인 지원체계 구성” 등이 들어 있다.
그러나 10여일 뒤 열린 핼러윈 축제는 상황이 달랐다. 일각에서는 그간 용산구가 핼러윈 때도 골목길은 일방통행하도록 하고 폴리스라인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했다고 하지만, 용산구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그간 관이 주최하는 행사도 아니고 옥외행사로 봤기 때문에 구청이 인파나 이동을 제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최가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더 챙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1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주최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대응을) 생각하지 못한 건 말이 안 된다”며 “꼭 축제가 아니더라도 지하철이나 백화점에 몰리는 ‘집단 군중’은 굉장히 위험하다. 언제든 재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인원을 통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구역 관할지역 내에서 어떤 행사의 주최가 불명확한 경우 관할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선제적인 대응 행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희·강은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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