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선 채로 기절한 사람들"…생존자의 트라우마
다시 퇴근길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입니다. 지금부턴 우리에게 남겨진 '트라우마' 얘기입니다. 참사 현장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생존자를 저희 취재진이 만나봤습니다. 바로 옆에서 선 채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죠. 그런데 왜 참사 현장에 갔냐는 비난과 조롱의 댓글이 더 힘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박상욱 기자입니다.
[기자]
29일 밤, 내리막길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A씨/생존자 : 그냥 10초에서 15초도 안 되게 쓱 넘어갔고요. 사람이 끼이니까 내리막길에서, 왼다리는 거의 약간 까치발 상태로.]
점점 압박은 심해졌습니다.
[A씨/생존자 : 그냥 '죽을 것 같다' 저도 처음 느껴보는 정도의 압력을 몸으로 겪은 거라. 목소리도 숨을 내뱉으면서 보내는 건데, 그거 자체가 안 되니까.]
바로 옆에 있던 한 여성은 선 채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A씨/생존자 : 사람이 앞, 뒤, 양옆 다 끼어 있다 보니까 넘어지진 못하고 제자리에서 그냥, 이제 늪에 빠지는 사람처럼 바닥으로 쑥 내려가시더라고요.]
붙잡았지만 끌어 올릴 힘이 없었습니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그 날의 기억을 잊기 힘듭니다.
[A씨/생존자 : 한 분이라도 '반대편으로 나가셔가지고 더 이상 진입하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만 있어달라'고 했으면 조금 더, 희생자가 덜 나오지 않았을까. 어제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들더라고요.]
온라인에 올라오는 댓글은 더 힘들게 합니다.
[A씨/생존자 : 기사나 뉴스나 댓글 같은 거를 보게 되더라고요. 온라인이라고 너무 좀 조롱도 하시고, 좀 비난도 하시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 하루 정도는 조금 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간 곳이었습니다.
희생자도 다친 사람도 모두 이런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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