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야, 너한테 다 건다"…반도체·빅테크 다 팔고 '올인'[서학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기대어 반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돌연 방어적으로 변했다.
특히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도체주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매매 패턴을 보였다.
랠리의 지속성을 믿지 못하고 조금 오르니 이 때를 틈타 주식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9~25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6566만달러를 순매도했다.(결제일 기준 10월24~28일)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3.8% 올랐다.
S&P500지수는 지난 10월12일 3577.03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8일엔 3901.06으로 마감하며 지난 9월15일 이후 처음으로 3900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9월21일부터 4주 연속 순매수를 지속하다 5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 9월21일 S&P500지수 3789.93에서 순매수를 시작해 지난 18일 3717.98에서 끝낸 것이다.
이후 S&P500지수가 3695.16부터 3859.11까지 오른 지난 19~25일 사이에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섰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19~25일 사이에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증시가 오를 때 수익을 얻는 롱(매수) 포지션의 ETF(상장지수펀드)들이다.
이 기간 동안 순매도 1위는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로 3308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2위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로 1803만달러가 순매도됐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의 추가 상승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와 뱅가드 S&P500 ETF(VOO)를 각각 1690만달러와 1110만달러씩 순매도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ETF의 순매도 규모를 합하면 2800만달러로 TQQQ보다 많다. S&P500지수에 대한 롱 포지션 청산이 사실상 순매도 2위를 차지한 셈이다.
서학개미들은 이어 지난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던 애플(1519만달러)과 알파벳 클래스A(731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442만달러) 등 기술주를 팔아 치웠다.
반도체 비관론을 반영하듯 미국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도 1256만달러 처분했고 3분기 실적 호조로 주가가 급등했던 넷플릭스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은 없다고 판단했는지 1118만달러 순매도했다.
반면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종목들을 보면 테슬라를 제외하곤 미국 주식에 대한 롱(매수) 포지션이 거의 없다.
일단 반도체주 하락시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가 2015만달러로 순매수 2위에 올랐다.
미국 대형 정유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때 3배 수익을 얻는 마이크로섹터즈 미국 빅 오일 지수 -3배 인버스 레버리지 ETN(NRGD)과 S&P500지수 하락시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S&P500 베어 3배 ETF(SPXS)도 404만달러와 300만달러 소폭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순매수 3~4위는 미국의 장기 국채들로 구성된 ETF인 TLT(1651만달러)와 TMF(908만달러)가 차지했다. 특히 TMF는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이 오르면 3배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상승 베팅도 눈에 띄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들이 오르면 2배 수익을 얻는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CSI 차이나 인터넷 불 2배 ETF(CWEB)가 65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증시가 급락하자 반등을 기대한 투자로 보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도 451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역시 서학개미들의 '원픽'(하나의 선택)은 테슬라였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9~25일 사이에 테슬라를 7188만달러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9월21~27일 5거래일 주간부터 테슬라에 대해 매수 우위로 돌아서 지난 25일까지 5주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사들인 테슬라는 총 5억2747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7524억원 규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8일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테슬라 매도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주들로선 CEO의 트위터 인수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은 제거된 셈이다. 물론 머스크가 트위터까지 신경쓰게 되면서 테슬라 경영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테슬라 실적을 통해 확인해야 할 문제다.
테슬라는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일 207.28달러, 장 중 기준으로는 지난 24일 198.59달러가 최저점이었다. 지난 28일 종가는 228.52달러로 바닥권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테슬라는 지난 5월말 200달러 초반대로 떨어졌다가 8월 초, 8월 중순, 9월 중순에 300달러를 살짝 넘어선 뒤 다시 200달러 초반대로 쭉 미끄러진 상태다.
이번주 가장 큰 이슈는 오는 11월 1~2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이번 FOMC 결과가 11월 이후 미국 증시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실망스러운 가운데 그나마 미국 증시를 조금씩 끌어올려온 상승 동력은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축소될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는 금리를 또 다시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12월 FOMC에서는 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기대다.
따라서 이번 FOMC에서 중요한 것은 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가 아니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이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다.
파월 의장의 발언 속에서 금리 인상폭을 향후 낮출 수 있다는 실마리만 나타나도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며 증시는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최근 4.32%까지 올랐다가 지난 28일 4.01%로 내려가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기술주 투자자들은 애플을 제외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부진 때문에 주가 반등이 크게 체감되지 않지만 다우존스지수는 10월 들어 14.4% 급등했다. 이는 1976년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수익률이다.
S&P500지수는 8.8% 올랐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5% 오르는데 그쳤다. 기술주 비중이 가장 낮은 다우존스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이는 연준의 긴축 둔화로 증시 랠리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어떤 섹터가 주도주가 될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특히 미국 기술주 위주로 투자해온 서학개미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번주엔 FOMC 이후 발표되는 10월 고용지표도 중요하다. 고용지표는 연준이 물가상승률과 함께 가장 중시하는 경제지표다..
다만 다음 FOMC가 열리는 오는 12월 13~14일까지는 11월 고용지표가 한 번 더 남아 있어 10월 고용지표로 다음 FOMC에서 금리 인상폭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이번주 실적으론 11월 1일 장 마감 후 공개되는 AMD가 주목된다. 반도체주는 최근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바닥이란 인식 때문인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텔만 하더라도 지난 27일 장 마감 후에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음에도 비용 절감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음날 주가가 10.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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