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 고통스러워하자 자기 숨 쉴 공간 내주고…”
30대 방사선사 장례식장
친구들 “살 수 있었는데”
어머니 “첫 가족사진 찍고
아직 찾지도 못했는데” 눈물
“자기는 좀 더 나은 상황이었나 봐요. 옆 사람이 압박을 심하게 받아 고통스러워하니까 조금 남아 있던 숨 쉴 공간을 내줬다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김모씨(30)의 20년지기 친구 정용씨(30)는 31일 경기 수원승화원 장례식장에서 말끝을 흐렸다. 정씨는 “함께 갔던 친구들을 통해 참사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해들었다”면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수원의 한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했던 김씨는 지난 29일 퇴근 후 친구 2명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인파에 떠밀려 깔려 있던 김씨는 약간의 여유공간이 있었지만 옆 사람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자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인파에 짓눌려 김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함께 간 친구들도 크게 다쳐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 A씨는 “아들에게 많이 의지했고, 친구 같은 아들이었다. 무뚝뚝했지만 자기는 항상 엄마 옆에 있다고 얘기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사고가 나기 몇 주 전 처음으로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었다”면서 “그 사진을 찍어뒀는데 아직 찾질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경황이 없었는데 좀 지나고 보니까 왜 그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몰려가서 그래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이들인데, 다시는 같은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수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번 참사 희생자인 B씨(30)의 빈소가 마련됐다. 자영업자인 B씨는 참사 당일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B씨의 아버지 C씨는 “사고 1시간 전 아들에게 ‘신종 보이스피싱이 유행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부자간의 마지막 메시지가 돼버렸다”고 했다. B씨의 답장은 끝내 오지 않았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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