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태원엔 폴리스라인도, 지하철 무정차도 없었다

정세진 기자 2022. 10. 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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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3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던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폴리스라인도 지하철 무정차 조치도 없었다.

2017년 핼러윈 축제 기간 동안 무단횡단이나 도로점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로 일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통제한 것과 대비된다.

유동인구를 줄이고 동선을 분산하기 위해 지하철이 이태원역에 정차하지 않도록 선제조치했어야 하지만, 경찰은역시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지하철 무정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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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위) 모습. 아래는 2017년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대로 일부 사진. 2017년엔 경찰이 호텔앞 도로 일부를 막고 통행자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위)뉴스1, (아래) 트위터

3일간 3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던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폴리스라인도 지하철 무정차 조치도 없었다.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지만, 당국은 관련 매뉴얼도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도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같은 안일한 대응이 154명이 사망한 참사로 이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것은 대형 참사가 발생한 29일 오후11시 이후였다. 2017년 핼러윈 축제 기간 동안 무단횡단이나 도로점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로 일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통제한 것과 대비된다.

도로 통제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태원로 메인도로도 차량과 사람으로 뒤엉켰고, 참사가 발생했을 때 구급차들이 현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일부 구급대원들은 차에서 내려 현장까지 뛰어가야 했다.

유동인구를 줄이고 동선을 분산하기 위해 지하철이 이태원역에 정차하지 않도록 선제조치했어야 하지만, 경찰은역시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지하철 무정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고가 발생한 29일 밤 11시 11분쯤 용산경찰서에서 이태원역장에게 '무정차 통과'를 요구했다"며 "이미 밤 10시 57분쯤 사고가 발생해서 재난문자까지 발송된 상태고 저녁 9시이후에 귀가승객이 더 많은 상황에서 인원 이동을 위해서 무정차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통행량을 낮추기 위한 일방통행과 보행 통로 확보,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은 모두 전날부터 조치를 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라며 "행사 주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보면 시민 안전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와 책무가 규정돼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관계장관들과 이태원 사고 관련 확대주례회동을 갖고 "무엇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투명한 공개, 이를 토대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우리 안전망, 안전 시스템을 철저하게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예산국회에서 국가사회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앞으로 이런 일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당연히 사후조치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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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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