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차 요청" vs "사고 발생 1시간 뒤"…경찰-교통공사 공방
대규모 집회나 축제 주변의 지하철역은 열차가 서지 않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조치라도 했으면 어땠을까요. 결정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기관 사이에 책임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역에서 수십 걸음만 옮기면 사고가 난 골목입니다.
지하철 무정차 통과라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기준이 없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승강장이나 대합실이 혼잡할 때, 안전사고가 우려될 때 시행하는 건데…(기준이) 딱히 정해진 수치화된 그런 건 없어요.]
구청이나 경찰 요청으로 해 왔는데, 이번에는 사전 요청이 없었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입장입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사건 발생 한 시간 이후에 요청받았거든요. 23시 11분경이고. (요청 거절하고) 오히려 임시 열차를 더 편성해서 운영했었어요.]
사고 뒤 도로가 막히면서 돌아갈 길은 지하철뿐이라 오히려 열차를 늘렸다는 겁니다.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고 사흘 전 간담회 때 적극 검토를 요청했고, 사고 30분 전인 밤 9시 38분 전화로 또 요청했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자 교통공사는 "9시 38분은 오히려 이태원 역장이 경찰에 연락해서 출입구 통제를 요청한 시간"이란 재반박까지 내놨습니다.
책임 떠넘기기로 번진 겁니다.
무정차 결정이 어려웠다면 대안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2주 전 지구촌축제 때 이태원은 차 없는 거리였습니다.
구청과 경찰이 협의하면 차도 일부라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간담회에서) '도로 통제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역장님은 의견을 말씀하셨다고…]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 : 이태원역장님도 오셨어요. 펜스 (설치)하겠다, 사람이 너무 많이 오면…그런 얘기해 주시고.]
그러나 의견만 나오고 실제 조치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꽉 막힌 도로에 불법 주정차까지 겹치면서 구급대 출동은 늦어졌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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