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폴란드 민간원전 수주 청신호, 원전 생태계 복원 계기로
폴란드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파란불이 켜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어제 폴란드전력공사(PGE), 민간 발전사인 제팍과 수주 규모가 4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건설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LOI가 곧바로 수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폴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루비아토보·코팔리노 원전 수주전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밀려 아쉬웠는데 민간 원전은 수주 가능성이 높아져 다행이다. 이번 원전은 8월 말 수주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과 달리 노형(원자로 형태)까지 수출하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형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이다.
원전 수출은 문재인 정부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된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천지 1·2호 등 신규 원전 건설도 막았다. 이로 인해 원전업계에 일감이 사라져 문을 닫는 중소 원전업체들이 속출했다. 국내 최대 원전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원전 생태계가 황폐화하며 원자력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도 크게 줄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70개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은 30~40% 하락했다. 우리가 탈원전에 매달리는 동안 미국·중국·러시아 등 원전 강국들은 원전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원전 수출 역량은 갈수록 떨어졌다.
폴란드 원전 수출은 우리 원전 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원전 생태계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비용·고효율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풍부하다. 원전 건설 단가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형 원자로(APR1400)는 탁월한 안전·보안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강점을 살린다면 더 많은 국가에 원전을 수출하며 원전 강국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