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물꼬…폴란드에 최대 4기 건설 추진(종합)
기사내용 요약
한수원, 폴란드 전력공사·민간 발전사와 LOI
연말까지 예산·자금 조달 등 담은 계획 마련
바라카 원전 이후 최초로 韓 노형 수출 전망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유럽 진출 기여할 듯
폴란드 부총리, 본계약 체결 가능성 "100%"
美 업체 소송전에는 "기업간 해결할 수있어"
[세종·서울=뉴시스] 고은결 김성진 기자 = 약 13년 만에 '한국형 원전'의 수출 물꼬가 트였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 에너지 기업과 최대 4기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 의향을 공식화했다.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사업은 미국 측이 따냈지만, 현지 민간 주도 사업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폴란드 측이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우리 측과 협의에 나선 만큼 최종 계약까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폴란드 기업 LOI 체결…최대 4기 건설 추진
이는 '폴란드 에너지정책 2040'에 포함된 기존 폴란드 정부 주도의 원전 계획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LOI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 240㎞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 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양국 기업은 올해 말까지 소요 예산, 자금 조달, 예상 공정 등이 담긴 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 규모는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 수준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계약 성사 시 수출 규모도 십여 년간 단가 인상, 환율 변동 등으로 추산이 쉽지 않다.
이집트 원전 사업, 바라카 원전 사업 등 사례에 비춰보면 4기 건설 계약 시 최소 20조원대 이상의 수출 성과가 예상된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건설비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다"며 "이집트 원전 사업의 경우 한국형 원전은 아니지만 전체 사업 규모가 4기 건설에 300억 달러였다"고 말했다.
이어 "13년 전 UAE 바라카 사업과도 비교가 어렵다"며 "그때는 4기가 지어졌는데 1기당 5조원 정도의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착공 시기는 2026년 이전으로 예상된다. 박 차관은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올해 말까지 추진 주체가 선정되면 내부 준비 절차를 거쳐 2026년도 착공으로 돼 있다"며 "민간 사업도 비슷하거나 더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이날 LOI와 MOU 체결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전 프로젝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도를 예상한다면 2025년 또는 2026년 전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며 "폴란드 측에서 빠르게 원전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폴란드와 협력해서 가급적 빠르게 진행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향후 최종 계약이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로 한국형 원전 노형을 수출하게 된다. 아울러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 생태계 복원과 한국과 폴란드 간 산업·경제 분야 협력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지난 8월 말 약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 사업 계약을 따낸 바 있지만, 이는 구조물 건설과 기자재 공급 계약으로 한국형 노형 수출은 아니었다.
폴란드 부총리 "한국현 원자로 본계약 체결 가능성 100%"
산업부에 따르면 폴란드 측은 지난 8월부터 협력 의사를 타진했다. 이후 양국 부처와 기업들이 수차례 실무회의를 거쳐 2개월 만에 LOI와 MOU를 체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LOI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폴란드 측이 별도 입찰 절차 없이 한국과 LOI를 체결한 만큼 사업권을 다른 나라에 넘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박 차관은 "(폴란드 측은) 한국과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입찰 등 절차 없이 바로 MOU, LOI를 체결한 이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조사를 추진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계약 체결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100%"라고 확답했다.
또 사신 부총리는 한수원이 미국 원전 업체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폴란드 정부도, 한국 정부도 좋은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기업 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컬럼비아 특구 연방지방법원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수출에 자사 기술이 쓰였다며,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한수원과 한국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바 있다.
정부 주도 원전 사업은 고배…"폴란드, 美와 전략적 관계"
앞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핵에너지 프로젝트에 웨스팅하우스의 신뢰할 만하고 안전한 기술을 사용하기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폴란드가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으로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폴란드가 미국과 (2020년 10월) 정부 간 협정(IGA)을 체결하며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원전 사업) 제안서를 내고 경쟁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의 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사신 부총리는 이날 체결식 인사말에서 "최근 몇 달 간 상황을 통해서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매우 불안한 상태에 빠졌다"며 "원전 및 방산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바로 이 중요한 부분에서 우리는 전략적 동반자인 미국과 한국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와 한국의 전략적 동반 관계는 원자력 에너지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기, 현대화된 군대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 부분에도 역시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산업부는 새 정부의 원전 수출 의지와 정책을 통해 이번 LOI 체결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폴란드 대통령에게 원전 수출 지원 의지를 밝히고, 같은 시기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폴란드를 찾아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소개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창양 장관은 "이번 MOU와 LOI 체결로 폴란드와 긴밀히 협력하게 돼 상호 윈윈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번 엘다바 수출에 이어 폴란드 협력 사업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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