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연인 빈소서 처음 만나다니"…이태원참사 유족 '오열·탄식·자책'(종합2보)
(전국종합=뉴스1) 사건팀 = 그들은 오열했다. 눈물이 마르면 이내 탄식하다 자책했다. '이태원 참사'의 상흔을 떠안은 유족·지인들의 감정은 종일 이렇게 요동쳤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 이곳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씨(29)의 아버지는 "핼러윈 안 간다고 했어요"라며 "이태원 근처 친구네 집에 갔다가 야식 사러 편의점에 간 거지"라고 했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 근처 B씨의 집에 놀러 간 A씨는 친구와 함께 야식을 사러 편의점에 나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화를 당했다.
A씨 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실제 보니) 사위 같은 느낌이고 내가 평소 말한 대로 좋은 남자를 만났다"며 "(결혼하면) 좋게 잘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C군(18)의 빈소도 울음바다였다. 이곳에는 일찍부터 C군의 친구, 선생님, 동네 지인들이 다녀갔다. 가족들은 눈물을 많이 흘린 탓인지 넋이 나간 듯 빈소 바닥에 앉아 흐느꼈다.
C군의 첫째 동생은 중학생이고 둘째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이며 막냇동생은 이제 겨우 두살이다. 다정하고 살뜰한 성격 탓에 동생들은 C군을 잘 따랐다. 아무래도 막냇동생은 장례식장이 낯선 탓인지 연신 소리만 질렀다.
C군은 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해 돈을 벌고 세 동생을 챙겨주기 위해 마이스터고에 진학했다. 유족 측은 A군이 성품이 착한데다 차세대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면서도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을 감안해 진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C군의 할아버지는 "손자를 마지막으로 본 게 열흘 전인데 어쩌다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 또한 "착하디착한 손자"라며 먼산만 바라봤다.
어릴 때부터 C군을 보아온 동네 어른들도 동생 잘 챙기는 착한 학생이라고 입을 모았다. C군 모친의 친구는 "평소 동생을 잘 돌봤다"며 "며칠 전에도 C군을 봤다"며 회상했다.
전남 장성군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D양(19)의 가족들도 연신 흐르는 눈물을 힘겹게 닦아냈다. 유족들은 D양이 살갑고 애교가 많은 막내였다고 입을 뗐다.
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D양은 보성에 있는 고교로 진학해 미용일을 배웠다. 뛰어난 실력 덕에 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 취업에 성공했고 올해 6월에는 서울 강남의 미용실로 옮겼다.
추석 땐 단 하루 집에 머물면서도 아버지의 흰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줬다. 다음에 내려오면 아버지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D양의 아버지는 "얼마나 예쁘고 싹싹한 우리 막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 광산구의 장례식장에 차려진 만 스물세 살의 10년지기 김모씨와 오모씨의 빈소도 눈물바다였다.
딸을 잃은 두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 아이들의 허망한 죽음에 어머니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인 두 사람은 고향인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해 직장을 얻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3개월 전 취업해 최근 승진했고 은행원인 오씨는 정규직 전환 채용시험을 치르던 중이었다.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29일은 두 친구의 승진과 정규직 시험 합격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오씨 어머니는 "토요일 오후 6시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지하철이라면서 '정규직 필기시험 합격한 기념으로 놀러 간다'고 속삭였다"며 "너무 기뻐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울먹였다.
김씨 아버지는 "지난달 생일이었던 딸이 용돈을 받아가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늘 밝았던 우리 딸이 다시 돌아온다면 세상 무슨 일이라도 하겠지만 방법이 없다"고 자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4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149명(중상 33명, 경상 116명)이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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