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이상 축제만 연간 73건… "주최 상관없이 인파 기준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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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처럼 10만 명 이상 인파가 모이는 규모의 지역축제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에서 73건이 예상된다.
하지만 화재나 침수 등 자연재해나 바다와 산 등 지역별 재해 등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마련된 반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의 안전대책은 부실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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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매뉴얼상 "주최가 안전대책 수립해야"
정부·경찰 "주최 없는 행사여서 대응 못했다"
"국가 기본적 책무 안해... 안전대책 강화해야"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처럼 10만 명 이상 인파가 모이는 규모의 지역축제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에서 73건이 예상된다. 하지만 화재나 침수 등 자연재해나 바다와 산 등 지역별 재해 등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마련된 반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의 안전대책은 부실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매뉴얼에는 1,000명 이상 심의만 규정
31일 문화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는 944건이다. 이 중 연말까지 10만 명 이상 참여했거나 참여가 예상되는 축제는 73건이다. 이번 참사처럼 주최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경우나 대형 공연 등까지 감안하면 대형 인파가 몰리는 축제는 연간 100건 이상 열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 따른 ‘지역축제 안전대책 매뉴얼’에는 대규모 인파 행사에 대한 안전대책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순간 최대 관람객(축제장 내 1시간 동안 관람객 수) 1,000명 이상일 경우 안전대책 심의를 받도록 돼 있지만, 인파 규모별 대책은 지자체장 등 주최 측이 자체 실정에 맞게 운영하게 돼 있다. 안전 '사각지대’가 많다는 얘기다.
오히려 매뉴얼에서 축제 때 주최자가 유관기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어, 이번 참사처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도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나 경찰 등이 주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용산구와 경찰은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사전에 안전대책 회의를 하고도 병력 배치나 교통 통제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행정안전부 차관인 김성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본부 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최가 없는 행사에 대한 지침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관리ㆍ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주최보다 구체적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하지만 주최 여부와 상관없이 전문가들은 다중밀집 행사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규모 인파가 모일 때 지자체와 경찰이 보다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와 경찰은 기본적으로 국민 생명이나 공공 질서 유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다"며 "주최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모일 때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도 "주최 없는 행사여서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는 얘기는 재난안전법과 경찰법에 명시돼 있는 국가기관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며 "대규모 인파 행사 시 인력 규모에 따라 적정 경찰력과 안전요원 배치, 안전시설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홍콩에서는 매년 핼러윈 행사 때 주최가 없더라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경찰이 자체 매뉴얼에 따라 보행자 동선과 차량을 통제한다. 핼러윈 데이를 크게 치르는 미국 뉴욕시도 주요 100개 구간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해 보행자 통로를 확보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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