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팍·PGE와 협력의향서 체결 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3년 만에 1400㎿ 용량의 원전 최소 2기 건설 예정 별도 입찰 없이 타당성 조사 후 사업진행 정부부처간 MOU… 이르면 2026년 착공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지 13년 만에 다시 원전을 수출한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원전 관련 기업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며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수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한수원과 폴란드 화력발전사 제팍(ZE PAK),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PGE 3개 기업이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 기술에 기반한 원전 개발계획을 수립한다는 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야첵 사신 폴란드 국유재산부 장관은 이날 퐁트누프 원전사업 지원을 위한 정부부처 간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을 최종 수주하게 되면 폴란드에 1400㎿ 용량의 원전을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 짓게 된다. 지난 8월 체결한 이집트와의 계약은 국내 원전 기업이 참여했어도 원자로 외 발전설비를 지어 한국형 원전 수출로 볼 수 없지만, 4기 건설에 약 300억달러(약 42조8000억원)가 책정됐다.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연합뉴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3년 만에 폴란드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게 됐다”며 “한국형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에서 에너지 안보에 관심이 높아진 데다 폴란드 내에서 원전이 무탄소 전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최신 기술의 원전을 빨리 지을 방식을 폴란드가 고민했다고 박 차관은 전했다. 향후 별도의 입찰 없이 한수원과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 조사 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사신 부총리는 LOI 체결식 이후 진행된 한·폴란드 언론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이번 민간사업에 앞서 폴란드는 정부 주도로 원전 6기를 먼저 미국에 발주했다. 당시 우리나라와 프랑스도 경쟁했으나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 기술이 자사 기술에 기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미국이 수주했다. 박 차관은 “폴란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고 미국과 정략적 관계로, 정부 간 협약이 체결된 상태라 미국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강점인 정해진 공기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완공하는 능력과 가장 최근에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폴란드가 민간사업은 한국형 원전을 택한 계기라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밀렸다는 평가에 박 차관은 “폴란드 정부 주도 사업과 우리나라가 수주하려는 민간사업은 1·2차로 구분되지 않고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별개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문제에 대해서는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큰 틀에서 미국과 원전 협력을 잘해가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체코 원전 수주가 ‘빨간불’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폴란드 원전 착공은 이르면 2026년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차관은 “LOI 체결은 시작이고 부지 관련 내용과 예산, 추진 일정을 수립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야 구체적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