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 살릴 수 있었을 수도…병원 최적 분산·처치 아쉬워"
기사내용 요약
"사망154명 중 목숨경각 '긴급' 40여명 판정"
빠르고 적절한 처치 못받아 사망했을 가능성
"병원 수용가능 응급환자 한계…대개 1~2명"
현장→응급실→중환자실 연계 시스템 미흡
재난유형별 지자체·병원 사전협의·준비해야
지방 재난발생 대비해 응급의료지원단 필요
응급의학전문의에 현장지휘 권한 부여해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재난사고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최적의 병원으로 분산 이송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도 사망 단계로 넘어가기 전의 '긴급' 판정 환자 40여 명이 병원에 좀 더 빠르게 이송돼 적절한 중환자 치료를 받았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4명, 부상자는 149명이다. 사망자 154명 중 40여 명은 환자 중증도 분류 체계상 당장 응급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치료 1순위인 긴급환자였지만, 빠른 처치를 받지 못해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류현호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재난의료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예상되는 사망자 수는 100여 명이었다"면서 "이미 사망했지만 늦게 발견돼 구조된 경우를 제외하면 추가로 숨진 40여 명 중 상당수는 긴급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치가 지연되거나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난의료팀 출동 시점이나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기까지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난의료팀은 현장에서 긴급환자가 사망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실제 사고 발생 당시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출동함과 동시에 서울·경기 재난거점병원 전체 14개 병원에서 15개의 재난의료팀(DMAT)이 출동했다. 또 환자를 평소 기준에 따라 중증도 별로 빨간색(긴급)-노란색(응급)-녹색(비응급)-검정색(사망 또는 사망직전) 네 단계로 분류했다. 이후 긴급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분산 이송해야 했지만, 당시 서울시 내 병원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10~2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인력과 병상이 없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료진은 "평소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차 있기 때문에 대형 종합병원도 동시에 진료 가능한 중증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당시 대부분의 병원이 1~2명 정도 수용 가능했고, 많아야 4~5명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기존 응급 환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송받는 환자들을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기는 것을 빠르게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장에서 병원 응급실, 중환자실로 이어지는 재난응급의료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중심의 재난의료대응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지자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병원들이 의료자원 등을 고려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의료지원에 나선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긴급환자라면 중환자실이나 수술장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재난 유형별로 각 병원이 응급환자를 얼마나 많이 수용할 수 있는지 지자체 단위로 지역 응급의료 거버넌스를 만들어 관할 병원들과 사전에 협의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류 교수도 "지방에서 이번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의료자원이 부족해 인명피해 규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연말까지 응급의료지원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분류된 환자들을 신속히 적절한 병원으로 분산 이송하려면 재난의료팀의 리더로 환자 분류와 처치에 익숙한 응급의학전문의가 사고 발생 초기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재난사고가 발생한 경우 현장응급의료소 운영 책임은 관할 보건소장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장이 전문 의료인이 아닌 일반 행정직인 경우 현장에서 의료 인력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경상북도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보건소는 소방 구급대와 같이 24시간 대기하는 조직이 아니어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료 인력을 신속하게 소집하는 데에도 취약하다면서 "특히 지역 보건소는 지역 주민의 보건 위생 등 일상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 재난사고 응급의료 기능과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은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재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통합재난의료 전문가 양성과 의대생을 대상으로 재난의료교육 의무화도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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