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사회초년생 조카, 하고 싶은게 많다 했는데…" 안타까운 사연들

유선희 2022. 10. 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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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투입된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들의 사연이 하나둘씩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목숨을 잃은 20대 A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상경해 인천에서 살던 A씨는 최근에야 회사와 가까운 서울로 이사를 했다. 직장 생활을 한 지 1년쯤 됐을 때였다.

2주 전께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선뜻 부산에 내려간 그의 모습이 가족들에겐 마지막 기억으로 남았다. 이후 친구와 함께 기분 전환 차 놀러 간 이태원에서 A씨는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부천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A씨 외삼촌은 "평소 사진을 잘 보내지도 않던 애가 최근 '잘 나오지 않았느냐'며 제 엄마에게 사진을 보냈다고 한다"며 "같이 간 친구는 중간에 흩어져 약한 부상만 입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조카가 안타깝게 사고를 당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동생을 둔 장녀 A씨는 외숙모 생일 때마다 케이크를 챙겨 보낼 만큼 평소 살뜰하게 가족과 친척을 챙겼다. 겨울이 오기 전에는 가까이 사는 외삼촌 부부와 함께 캠핑을 떠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A씨 외삼촌은 "며칠 전 조카랑 마지막 통화를 했을 때 '회사 생활 재밌냐'고 하니 '서울 너무 재밌다'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고 했는데…"라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 중에는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 타국에서 삶을 마무리 한 피해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국적 피해자 B(20대·여)씨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부천 한 병원에는 국화꽃을 든 조문객이 잇따라 들어섰다. B씨 부모는 외동딸의 사고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국적 지인과 친구들이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빈소를 찾은 B씨의 지인들은 허망하게 이역만리 타국에서 삶을 마무리한 한 B씨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을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물끄러미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눈물을 닦는 친구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2년 전 한국에 홀로 입국해 국내 한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씨는 사고 당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함께 간 친구는 간신히 참변을 피했지만, A씨는 끝내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의 평소 모습을 기억하는 지인들은 A씨에 대해 '너무 착한 친구'였다고 입을 모았다. A씨의 지인은 "프리랜서 모델도 하고 친구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는 등 끼가 정말 많은 친구였다"며 "처음에는 뉴스에 피해자 국적이 전혀 안 나와서 몰랐다가 뒤늦게 사망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미국인 피해자 가족들도 깊은 슬픔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9일 아내와 함께 쇼핑 중이던 스티브 블레시(62)는 동생으로부터 '한국의 상황에 대해 들었느냐'고 묻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울에 있는 차남 스티븐(20)의 안부가 걱정된 블레시는 아들은 물론 친구와 정부 관리들에게까지 연락하기 위해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몇 시간 동안 돌리다 마침내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스티븐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중 한 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블레시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앨라배마주의 대학에 다니는 장남 조이를 데리러 애틀랜타 외곽에서 출발해 운전하는 중이라며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 감각이 없이 망연자실하고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었다"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표현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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